美도 선택한 ‘K교통기술’… 에스트래픽 “AI로 세계 교통 바꾼다”

11 hours ago 4

[100년 기업을 향해] 에스트래픽㈜
AI 교통 인프라로 세계시장 공략
광안대교-뉴욕 지하철까지 접수
수주 7000억-매출 6000억 목표

에스트래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BART 차세대 게이트 도입으로 무임 승차율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에스트래픽 제공

에스트래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BART 차세대 게이트 도입으로 무임 승차율을 50% 이상 감소시켰다. 에스트래픽 제공

전 세계 교통 인프라 시장의 중심축이 ‘신규 구축’에서 ‘지능형 전환’으로 옮겨 가고 있다. 도로는 하이패스와 같은 무정차·자동화 결제로, 철도는 전용 초고속통신망과 무인 운영 및 인공지능(AI) 기반의 안전 관제 시스템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스마트 교통 인프라 시장이 2026년 1400억 달러(약 210조 원) 규모에서 2031년까지 두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후화된 교통요금징수·관제 설비를 첨단화하는 ‘리모델링 수요’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의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다르다.

미국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지하철 게이트를 바꾸고 부산 광안대교에 스마트 톨링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을 심은 주인공이 바로 도로·철도·통신을 아우르는 교통 인프라 전문기업 에스트래픽㈜이다.

“실패는 없다”던 창업 다짐, 상장까지 4년 6개월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는 2013년 삼성SDS에서 교통 솔루션 사업을 이관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그동안 축적한 교통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30명의 동료 직원과 함께 지속적인 사업을 위해 종업원 지주사 형태로 창업했다. 에스트래픽은 삼성의 교통사업 DNA를 계승하면서도 독자적 길을 개척한 기업으로 출발하게 됐다.

그 다짐은 놀라운 속도로 결실을 맺었다. 창업 4년 6개월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넘기고 코스닥 상장까지 이뤄낸 것이다. 이후 회사는 비전2020, 비전2025를 거쳐 지금은 ‘신뢰를 구축하고 혁신으로 앞서간다(BUILDING TRUST, MOVING FIRST)’라는 비전2030을 내걸고 있다.

임직원이 공유하는 핵심 가치는 새로운 가능성의 발견(Discover)·혁신(Reinvent)·신뢰(Integrity)·가치(Value)·전문성(Expertise)의 앞 글자를 딴 ‘D.R.I.V.E.’로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길 위에서 가치를 창조한다’는 미션과 맞물려 회사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AI로 교통 인프라를 진화시키는 에스트래픽

생존을 넘어 성장을 고민하던 에스트래픽이 택한 길은 기술의 내재화였다. 회사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일반 시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교통 시설물에 AI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마트하게 만드는 회사’로 정의한다. 전국 고속도로 요금징수 시스템(TCS), 단차로 하이패스 시스템(ETCS), 다차로 하이패스 시스템(MLFF)의 차량 영상 촬영 장치는 딥러닝 기술로 차량번호 인식률을 99.9%까지 끌어올려 전국 250여 개 톨게이트와 도로공사 통합영상시스템에 적용됐다. 또한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글자 체계인 뱅골문자를 학습시켜 방글라데시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의 요금징수시스템에 적용해 해외에서도 통하는 기술임을 입증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다차로 무정차 통행료 시스템인 이른바 ‘스마트 톨링’이다. 하이패스 단말기 없이 차량번호만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이 기술은 부산 광안대교와 서울제물포터널에서 가동 중이다.

지하철 분야에서는 부정 승차를 잡아내는 AI 카메라가 게이트와 결합해 미국 샌프란시스코(BART)와 LA메트로 현장을 지키고 있고, 철도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LTE-R 기술과 스마트 스테이션이 대구·인천 도시철도에서 운영 중이다.

판교 R&D센터와 성남 자체 공장에서 하이패스 안테나, 영상촬영장치, 차량검지기와 통합차로제어기 같은 핵심 장비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제조 역량도 품질관리와 고객 맞춤형 대응을 뒷받침한다. 최근에는 블루투스(BLE)와 초광대역통신(UWB) 기술로 걸어가기만 해도 결제가 되는 ‘태그리스 게이트’ 상용화도 주도하고 있다.

에스트래픽은 지난달 국토교통부의 ‘원주 K-AI 시티(AI특화 시범도시) 사업’ 대표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현대자동차, NHN클라우드 등 국내 대기업 및 IT 리더 등 7개 기관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주관사로서 AI 센터 구축 및 라이다(LiDAR) 기반 도로상 객체 인식·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을 실증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초대형 국책 사업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교통 본고장 미국에서 인정받은 기술력

이렇게 다져진 기술력은 해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시장에서 실전으로 증명됐다. 서울 지하철 277개 역의 2기 교통카드 시스템을 13개월 만에 교체한 경험을 발판 삼아 코로나19 기간에도 워싱턴 메트로(WMATA) 98개 역사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샌프란시스코 BART 50개 역사 사업은 예정보다 4개월 앞당겨 마쳤다.

그 결과 WMATA와 BART의 무임 승차율은 절반 이상 줄었다. 이 성과로 에스트래픽은 런던에서 열린 ‘트랜스포트 티케팅 어워즈 2026’에서 WMATA 프로젝트로 워싱턴 메트로와 함께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았다. BART 차세대 게이트 사업은 국제 협력 프로젝트 기관인 IPI와 미국 건설관리협회 북가주 지부(CMAA NorCal)가 주는 상을 잇달아 거머쥐었다.

현재는 세계 최대 규모인 뉴욕 지하철 6개 역사에서 부정 승차 방지 게이트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낯선 도시에서도 에스트래픽의 기술이 통하는 비결은 삼성SDS 시절부터 쌓아온 중국 베이징·광저우, 인도 델리·벵갈루루 등지의 시스템 통합 경험에서 나온다. 도시마다 다른 기존 인프라와 새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잇는 인터페이싱 역량이야말로 현지화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수주 7000억 원, 매출 6000억 원 목표로

국내외에서 쌓은 실적을 발판 삼아 에스트래픽은 이제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한다. 비전2030을 통해 제시한 목표는 수주 7000억 원, 매출 6000억 원이다. 향후 5년은 미국 자동요금징수(AFC) 사업과 국내 철도·도로 사업을 축으로 외형을 회복하고 O&M(운영·정비) 분야로 확장시키며 이후 10년은 AI·결제·통합이동서비스(MaaS)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사업자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100% 자회사 ST전기통신을 흡수합병해 기획부터 제조, 통신망 구축·유지보수까지 통신사업 조직을 일원화하기로 했다. 원주 K-AI 시티를 위한 AI 센터 구축 및 LiDAR 기반 도로상 객체 인식·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술 실증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근 수주한 광명∼서울 고속도로 ITS(지능형교통체계) 사업(356억 원)도 이 같은 전환의 연장선에 있다. 또한 국내 철도신호는 자체 개발한 열차제어시스템, KTCS-M(도시철도)이 부산양산선에 처음 적용해 올해 말 상업운전이 예정돼 있으며 KTCS-2(고속철도)는 최근 개발이 완료돼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토대로 향후 국내 신규 및 리노베이션 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미국 시장에도 적극 도전할 예정이다.

“일회성 시스템 구축 넘어 구독형 플랫폼으로 혁신”

[인터뷰]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

문찬종 대표

문찬종 대표
“외형 확장 못지않게 회사가 공들이는 것은 수익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일입니다.”

문찬종 에스트래픽 대표(사진)는 교통 솔루션 시스템을 구축만 하고 끝나는 사업 구조로는 장기적 기업 가치를 키우기 어렵다고 보고 수익 모델 다변화를 새로운 과제로 제시했다.

결제 트래픽에서 매달 수수료가 쌓이는 개방형 결제(오픈페이먼트) 사업과 스마트톨링·관제 시스템의 클라우드(SaaS) 전환이 핵심축이다. 철도신호는 국내에서 검증한 열차제어시스템(KTCS-M) 실적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도로 부문은 전기차 확산에 따른 유류세 세수 공백에 맞춰 도로 이용량 기반 과금(RUC)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국내 교통 솔루션 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발주 사업의 대가 산정 현실화가 이뤄져야 기업들이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시에는 국가 금융과 민간 기술력이 함께 움직이는 ‘원팀 코리아’ 방식의 금융 지원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담보력과 신용도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수출 계약을 따고도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부나 수출입은행 차원의 원스톱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문 대표는 “과거의 성공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과 전략적 협업으로 해외시장의 기술 접점을 넓히고 AI 교통 기술과 플랫폼 분야에서는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황서현 기자 fanfare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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