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주사 대신 알약으로 살 빼는데… 韓 비만 환자 “우리는 언제”

5 hours ago 4

[위클리 리포트] ‘먹는 비만약’으로 비만치료제 전쟁 2라운드
경구용 비만치료제 ‘위고비 필’ ‘파운데요’ 올해 美 출시
주사제보다 투약-보관법 간편해 ‘진입 장벽’ 허물어져
2031년 시장 규모 약 50조 원 전망… 작년 대비 10배↑
식약처 심사 신청은 아직… 韓, 내년 이후 처방될 듯
한미약품-일동제약 등 국내서도 ‘K비만약’ 개발 속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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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비만약’ 국내 상륙 관심

미국에선 주사에 이어 ‘먹는 비만약’ 시대가 열리며 살 빼는 방식은 물론이고 소비 지형까지 뒤바뀌고 있다. 비만치료제 사용자를 겨냥한 소량 고단백 식품이 쏟아지고, 탈모 치료제 등 비만치료제의 부작용을 덜어주는 제품 매출도 뛰는 추세다. 한국도 지난해 비만약 시장 성장률이 전년 대비 137%로 그 어느 곳보다 비만약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나라다. 세계 최초의 경구용 비만치료제인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필’과 그 후속 주자 일라이릴리의 ‘파운데요’ 중 언제, 무엇이 먼저 국내에 상륙할 것인지를 두고 업계와 소비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늘 공포 없이 살 빼고 싶다”는 비만 환자들의 바람이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번거롭게 주삿바늘을 꽂는 대신 알약 하나로 체중을 줄이는 ‘먹는 비만약’ 시대가 미국에서 활짝 열린 것. 비만치료제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든 가운데 먹는 비만약의 한국 출시 시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사

자료 : 각 사

● 알약 하나로 살 빼는 시대, 잠재수요자까지 흡수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은 식사 후에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뇌의 식욕 중추에 작용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킨다.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는 이 원리를 흉내 낸 비만치료제다.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비해 부작용이 현저히 낮고 효과는 커, 출시 즉시 돌풍을 일으켰다. 다만 모두 일주일에 한 번씩 자신의 배에 주사를 놔야 하는 주사제 형태로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와 냉장 보관에 대한 불편함, 비싼 가격이 ‘진입 장벽’으로 꼽혔다.

하지만 먹는 비만약의 등장으로 이 같은 장벽이 허물어지며, 업계에서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이전보다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2031년까지 경구용 비만치료제가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의 21%를 차지할 것이며, 시장 규모는 2025년 32억 달러(약 4조6500억 원)에서 2031년 343억 달러(약 49조9000억 원)로 10배 이상으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초기 반응은 뜨겁다.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필’은 지난해 12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미국 전역 7만여 곳의 약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의료 데이터 분석 기업 트루베타에 따르면 위고비 필의 출시 후 6주간 처방 환자의 약 3분의 1(36.1%)은 이전에 GLP-1 약물을 사용한 적 없는 신규 환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비만치료제를 맞던 환자들이 아니라 새롭게 유입된 수요자라는 의미다. 마지아르 마이크 두스트다르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알약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이제 환자들은 하루 한 알 복용만으로 주사제와 대등한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사용자의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위고비 필도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반드시 공복에 복용해야 하며, 소량의 물 외에 다른 음료와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까다로운 복용 조건이다. 복용 후 최소 30분간은 음식이나 물 외 음료도 마시지 않아야 체내 흡수가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이는 위고비 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가 작은 아미노산의 집합체인 펩타이드 계열이기 때문이다. 펩타이드 약물은 경구 투여 시 체내 흡수율이 1% 미만에 불과해, 흡수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위고비 주사제의 경우 0.25mg부터 최대 2.4mg으로 구성돼 있지만, 위고비 필은 1.5mg부터 최대 용량 25mg으로 제품군이 형성돼 있다. 후발 주자인 일라이릴리의 ‘파운데요’는 이 부분을 공략하고 나섰다. 파운데요의 주성분인 오르포글리프론은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 화합물로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공복 시 복용과 같은 조건 없이 복약 편의성의 측면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언제 어디서든 한 번만 복용하면 된다는 장점 때문에 후발 주자임에도 출시 첫 주 약 1400건의 처방 건수를 기록했다. 의약품 전문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집계 기준 위고비 필의 출시 첫 나흘간 소매 약국 기준 처방 건수가 3000여 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지만,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인 점, 아직 출시 초기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 국내 출시 시기 두고 노보 vs 릴리 치열한 접전

그렇다면 한국에는 언제쯤 이들 ‘먹는 비만약’이 상륙할까.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고비 필’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이달 초까지 심사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시장을 선점한 위고비 필이 한국 출시도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국내 출시 일정이 글로벌 타임라인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FDA 승인을 받은 위고비 필은 기존 주사형 위고비와 동일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경구 제형으로 만든 것이다. 반면 4월 FDA가 승인한 일라이릴리의 파운데요는 기존 주사형 비만치료제인 마운자로(성분 터제파타이드)와 성분이 다르다. 이미 허가된 성분에다 FDA 승인도 먼저 받은 위고비 필이 국내에도 먼저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두 회사가 모두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어느 약이 먼저 나올지 출시 시점을 단정 짓기 어렵다고 제약업계는 보고 있다.

도리어 일라이릴리가 2023년 파운데요의 글로벌 임상(ATTAIN-1)에 한국인 환자를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국내 출시 속도전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대 안산병원, 아주대병원, 서울대병원 등 국내 7개 기관이 참여해 한국인 환자 데이터가 이미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허가 준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셈이어서, 식약처 신청 시점만 결정되면 신속하게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통상 식약처 신청 시점 기준 1∼2년 사이 신약 출시가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업체의 비만약 모두 내년 이후에나 한국에서 처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가 발표한 ‘2025년 글로벌 비만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매출은 3억7700만 달러(약 5000억 원)를 기록하며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5위에 올랐다. 매출 성장률이 전년보다 137% 증가해 상위 5개국 중 가장 성장률이 높았다.


● 국내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 나서, ‘춘추전국시대’ 오나

위고비 필과 파운데요의 국내 출시가 더뎌지는 사이 국내 기업들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식약처에 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지난해 10월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투여 40주 차에 평균 9.75%, 최대 30%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회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독자 기술 플랫폼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기존 비만치료제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히는 위장관 부작용을 줄였다고 밝혔다. 이르면 올 하반기(7∼12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일동제약은 신약 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GLP-1 치료제 ‘ID110521156’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로, 최고 용량(200mg) 1일 1회 4주간 복용 시 평균 9.9%, 최대 13.8% 체중이 감량된다는 결과를 지난해 9월 공개했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펩트론은 현재 매주 맞는 주사를 한 달에 한 번 맞을 수 있도록 개선한 GLP-1 장기 지속형 주사제 ‘PT403’을 개발 중이다. 펩트론의 독자적인 약물 전달 플랫폼인 ‘스마트데포’ 기술이 적용돼 안정적인 약물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큐비아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는 시장의 가속화와 신제품 출시로 인해 ‘비만 문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비만치료제) 시장의 양강 구도(노보노디스크·일라이릴리)가 무너지고 여러 주요 제약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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