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시바 총리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결정할 것”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 이후 처음으로 국가 간 협상을 진행했던 일본이 농산물 수입 확대 등을 검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압박해오는 가운데 ‘비관세 장벽’ 완화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20일 NHK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일본을 지키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대일 무역적자를 제로(0)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때 나온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때 손에 쥔 작은 메모에 가끔 시선을 보내는 등 요구사항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장관급 회담에서 미국 측은 “미국의 자동차 안전기준이 일본과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다” “쌀 수입이나 유통 구조에 투명성이 없다” 등의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특히 육류나 어패류, 감자 등 농산물 수입 확대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미국산 쌀 수입 확대와 자동차 검사 간소화 카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무관세로 매년 쌀 77만t 정도를 수입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산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쌀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감안해 일본 내 부족분을 미국산 쌀로 보충하자는 구상이다.
일본은 쌀값 유지와 농가 보호를 위해 무관세로 수입하는 쌀 중 주식용은 최대 10만t가량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은 미국이 ‘비관세 장벽’으로 여기는 자동차 안전기준과 관련해 충돌사고 성능시험 기준 완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에서 미국 자동차를 수입할 때는 원칙적으로 일본의 형식 인증을 다시 취득해야 하고 이는 수개월이 걸린다”고 전했다.
이어 “미국은 차량의 전면과 측면 충돌 시 탑승자 안전 확보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에서 (일본에) 까다로운 항목이 많아 수입차에 불리한 부담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자동차 안전기준은 지금까지 양국 간 의제로 다뤄져 온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일본은 연간 판매 대수가 적은 수입차는 실물 차량을 이용한 시험 등을 생략하는 제도 등을 재검토하고 있다. 향후 관세 협상에서도 양국 간 자동차 안전기준 차이를 메우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닛케이는 전망했다.
한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NHK TV 프로그램 출연해 미국 측이 제기한 비관세 장벽에 대해 “일본의 안전을 제대로 지켜나가면서 전반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의 때 의제로 나오지 않은 환율 문제와 관련해 그는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회담을 할 것”이라며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국 장관급 협의는 오는 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될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양측에 바람직한 결론을 얻을 필요가 있다”며 “최종적으로는 가장 좋은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간 회담으로 결정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