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하길래 주워서 팔려고 했는데 바로 상폐(상장폐지)됐네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스트리밍 플랫폼 ‘치킨수프포더소울엔터테인먼트’를 매수한 한 국내 투자자의 말이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파산을 신청했고, 주가는 한때 주당 46달러에서 0.1달러까지 폭락한 뒤 상장폐지됐다. 소화기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던 ‘9미터바이오파머스’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인체 소화기관 길이에서 이름을 딴 이 회사는 시가총액이 2억달러(약 3000억원)에 달했으나 신약 개발 실패가 이어지며 결국 2023년 장외시장(OTC)으로 쫓겨났다. 뒤늦게 파산 소식을 접한 국내 투자자들은 매도 타이밍을 놓쳐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됐다.
최근 해외 중소형 종목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고 있지만 손실 사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고객이 보유한 해외 종목 1만5000개 중 OTC 종목은 576개(3.8%)였다. 이 가운데 344개는 99%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나스닥이나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1달러 아래로 떨어져 퇴출된 후 OTC로 옮겨간 종목이 대부분이다. 상장폐지된 종목도 139개에 달했다.
최근 미국 기술주 중심의 상승장에서 소외된 일부 투자자가 고수익을 노리고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분야 OTC 종목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OTC 시장의 불투명성이다. 대표적 OTC 시장인 핑크시트와 그레이마켓에서 거래되는 종목은 회계감사나 실적 발표 의무가 없다. 거래량도 적고 실시간 호가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깜깜이 투자’ 위험이 크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일부 증권사에서만 제한적으로 OTC 종목 거래가 가능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OTC 종목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거의 없고, 정보 비대칭과 유동성 부족으로 주가 변동성도 크다”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