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美토니상 6관왕]
‘어쩌면…’까지 4개 작품 잇단 호평
박천휴 “한국 관객 지지-응원 덕분”
“한국 관객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미국 공연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박천휴 작가·42)8일(현지 시간) 미 토니상 6관왕에 오른 K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박 작가가 평소 좋아하는 영국 록밴드 ‘블러’ 출신 데이먼 앨반의 곡 ‘에브리데이 로봇(Everyday Robots)’이 계기가 됐다. 어느 날 카페에서 음악을 듣던 그는 ‘우리는 늘 휴대전화 속에서 로봇으로 살아가지’란 가사를 듣고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곧장 친구인 작곡가 윌 애런슨(44)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국내 팬들에게 ‘윌&휴 콤비’라고 불리는 두 예술가의 ‘케미’가 이뤄낸 결과다. 한국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박 작가와 하버드대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애런슨 작곡가는 2008년 뉴욕대에서 처음 만났다. 고전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그들은 이후 18년 지기가 됐다.
본격적인 동업은 애런슨이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2012년) 작곡 제의를 받은 뒤 박 작가와의 협업을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그 다음 작품이 2016년 서울에서 초연한 ‘어쩌면 해피엔딩’이었다. 이후 ‘일 테노레’(2023년) ‘고스트 베이커리’(2024년)도 연달아 호평을 받으며 ‘믿고 보는 콤비’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계에선 “출신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의 긴밀한 앙상블이 양국의 감성을 모두 사로잡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박 작가는 수상 직후 “꿈꿔 왔던 것보다 훨씬 큰일이 벌어졌다”며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여러 사람이 진심과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애런슨은 “너무 흥분해 한국어로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국 ‘헬퍼봇’, 미국 ‘반딧불이’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고 했다. 헬퍼봇과 반딧불이는 양국 ‘어쩌면 해피엔딩’ 팬덤을 부르는 애칭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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