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8년 만에 첫 고위급 핵협상…‘중재국’ 오만에서 탐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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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이란)=AP/뉴시스]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2월12일 이란 테헤란에서 라시드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4월 12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오만의 수도에서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해 간접 회담을 마친후 19일에 2차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04. 13.

[테헤란(이란)=AP/뉴시스]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2월12일 이란 테헤란에서 라시드 메레도프 투르크메니스탄 외무장관과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는 4월 12일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특사와 오만의 수도에서 이란 핵프로그램에 대해 간접 회담을 마친후 19일에 2차회담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04. 13.
스티브 윗코프 미국 백악관 중동 담당 특사와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이 12일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만나 ‘이란 비(非)핵화’를 둘러싼 협상을 진행했다.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외교안보 인사들이 만나 회담을 가진건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19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구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 역시 제재완화 등 돌파구 찾기가 절실해 양측이 향후 지속될 협상에서 일정 수준의 합의를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약 2시간의 회담을 가졌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인 ‘레드 라인’을 확인했다. 미국 측은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 윗코프 특사는 회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가 협상의 시작”이라고 못 박았다. 또 이번 협상에선 핵 개발 일몰 제한을 두지 않고 실질적인 감찰 조치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 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이란 핵합의에서 이란의 핵활동 감시 규제 기간을 프로그램별로 10~15년으로 시한을 두고 재협상하기로 한 이른바 일몰 조항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에 그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핵합의 파기를 선언했었다. 여기에 반발한 이란은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 2021년부터는 우라늄 농축도도 준무기급인 60%까지 올린 상태다.

이란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 군사력의 축소나 헤즈볼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후티 반군(예멘) 같은 반(反)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를 활용한 이른바 ‘저항의 축’ 전략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저항의 축’을 자국 안보와 지역 영향력 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한편 이번 미-이란 회담은 이란 측 요청에 따라 양국이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이 중재국인 오만의 사이드 바드르 알 부사이디 외교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간접 회담 방식을 택했다. 다만 WSJ은 회담 막바지 윗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이 몇분 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양국 회담이 끝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협상 상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내 생각으론 이란과의 대화는 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 협상이 파행으로 끝날 경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 옵션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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