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통신과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약 2시간의 회담을 가졌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인 ‘레드 라인’을 확인했다. 미국 측은 이란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을 전달했다. 윗코프 특사는 회담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가 협상의 시작”이라고 못 박았다. 또 이번 협상에선 핵 개발 일몰 제한을 두지 않고 실질적인 감찰 조치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5년 체결한 이란 핵합의(JCPOA) 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이란 핵합의에서 이란의 핵활동 감시 규제 기간을 프로그램별로 10~15년으로 시한을 두고 재협상하기로 한 이른바 일몰 조항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이에 그는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핵합의 파기를 선언했었다. 여기에 반발한 이란은 2019년부터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했고, 2021년부터는 우라늄 농축도도 준무기급인 60%까지 올린 상태다.
이란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국 군사력의 축소나 헤즈볼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후티 반군(예멘) 같은 반(反)미·반이스라엘 무장단체를 활용한 이른바 ‘저항의 축’ 전략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저항의 축’을 자국 안보와 지역 영향력 유지에 꼭 필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한편 이번 미-이란 회담은 이란 측 요청에 따라 양국이 직접 대면하지 않았다. 대신 양국이 중재국인 오만의 사이드 바드르 알 부사이디 외교장관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간접 회담 방식을 택했다. 다만 WSJ은 회담 막바지 윗코프 특사와 아락치 장관이 몇분 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양국 회담이 끝난 뒤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협상 상황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내 생각으론 이란과의 대화는 꽤 잘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핵 협상이 파행으로 끝날 경우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 옵션 사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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