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현지시간) 미국의 우크라이나 재건 참여, 전략 광물 공동 투자를 명문화한 광물협정에 서명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 파행 이후 미뤄진 협정이 두 달여간 줄다리기 협상 끝에 성사된 것이다. 특히 이번 협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을 처음 명시해 향후 종전 협상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우크라이나 밀착
이날 미국 재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우크라이나 재건 투자 기금 설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 이후 미국 국민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상당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했다”며 “양국 자산, 재능 및 역량으로 우크라이나 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고 경제 파트너십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협정문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초안 최종본을 근거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 등 천연자원에 대해 공동 투자 관계를 구축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율리야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X(옛 트위터)를 통해 “해당 투자 기금은 우크라이나와 미국이 공동 관리하면서 한쪽이 독점적인 투표권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한 평화 프로세스에 전념하고 있음을 러시아에 분명히 알리는 신호”라고 밝혔다.
외신은 이번 협정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구체적 안전 보장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으나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가 명시되고, 미국의 기존 안보 지원 보상 문제가 빠지는 등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향후 유럽연합(EU) 가입 추진 시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빠졌고, 자포리자 원전에 관한 언급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종전 협상 최대 변수로
이번 협정은 종전 협상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그동안 러시아와 밀착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종전 중재안을 제안한 미국이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협정 체결 직후 뉴스채널 뉴스네이션 행사에서 ‘광물협정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억제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월 광물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면서 협정이 무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 미사에 참석한 두 정상이 독대한 이후 이번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정으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는 석탄, 철광석, 망간, 리튬,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이 대규모로 매장돼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