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19일(현지시간) 상선 나포와 드론 공격을 주고받으며 호르무즈해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주 휴전 시한(21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차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이란으로 향하던 화물선 투스카호를 함포 사격한 뒤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 배는 중국에서 출항해 이란 반다르아바스로 가던 중이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이란으로 오가는 선박을 막는 등 해상을 봉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이란 화물선이 우리 해상 봉쇄를 뚫으려고 했고 잘 안됐다”며 “미 해병대가 이 선박을 잡고 있다”고 올렸다.
이란은 즉각 반격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의 하탐 알안비야 대변인은 타스님통신에 “우리는 미군의 무장 해적 행위에 곧 대응하고 보복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화물선 나포에 대응해 무인기로 미군 군함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국제 유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20일 오후 3시(한국시간) 기준 5.6% 급등한 배럴당 95.47달러를 기록했다.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89.05달러로 6.20% 상승했다.
휴전 종료 'D-1'…2차 종전협상 살얼음판
호르무즈·우라늄 농축 '평행선'…이란 "美, 비현실적 요구" 반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다시 암초를 만났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장악의지가 강한 가운데 미국이 이란 선박을 나포하며 압박하고 있어서다.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두 국가 간 입장 차도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측 협상 대표단은 20일 파키스탄에 도착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협상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전쟁을 지속하는 것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어 최근의 갈등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기싸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 트럼프, 다시 발전소 공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이란이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교량 등을 파괴하는 공습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하며 초기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상선 나포와 관련해서는 “미 해군이 오만만에서 투스카를 가로막고 정지하라고 경고했으나, 이란 선원들이 응하지 않아 기관실에 구멍을 내 멈추게 했다”고 했다. 해당 이란 화물선이 불법 활동 이력으로 미 재무부의 제재 목록에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이란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은 미국이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요구를 반복하고 있으며 입장을 계속 바꾸고 있다”며 “생산적인 협상 전망이 없다”고 비판했다.
◇ 美·이란, 핵심쟁점 입장차 여전
현재로선 호르무즈해협의 통행 재개와 우라늄 농축을 놓고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단기적으로 호르무즈해협의 상업 선박 통행 재개, 최소 20년간 우라늄 농축 중단, 기존 농축 우라늄 재고 제거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제권 유지, 전면적인 제재 해제, 더욱 짧은 농축 중단 기간을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장 큰 쟁점이 우라늄 농축 문제라고 짚었다. 미국은 당초 영구 중단을 요구했으나 최근에는 20년간 중단하는 방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다소 유연해졌다가 현재는 절충안도 논의되고 있다. 이란이 10년간 농축을 중단한 뒤 이후 10년간 제한적으로 저농축 우라늄 생산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다만 종전 협상에 진전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WSJ는 이란이 이전 협상에서도 강경 발언 이후 협상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이날 인터뷰에서 협상 결과에 대한 낙관론을 폈다. 그는 “괜찮게 느끼고 있다. 합의의 기본 틀이 잡혔다. (협상 타결을) 완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핵 협상 등과 관련해서도 양측이 우선 기본 합의 틀에 해당하는 양해각서(MOU)를 마련하고, 이후 수개월에 걸쳐 세부 내용을 협상하는 방식으로 합의에 다다를 가능성도 있다.
◇ 내부 불일치도 변수
다만 미국과 이란 모두 협상을 앞두고 내부 불협화음이 표출돼 협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JD 밴스 부통령의 협상 참석 여부를 놓고 상반된 발언을 내놔 혼선을 빚었다. 19일 한 방송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통화했다며 밴스 부통령의 협상 불참을 보도했지만 90분 만에 백악관 대변인실이 뒤집었다. “협상에 실패할 것에 부담을 느낀 밴스 부통령이 참석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에서도 민간 정부와 이란혁명수비대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외교장관이 해협 개방을 언급한 직후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협상 관계자들은 이런 갈등이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이란은 여전히 협상 의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김주완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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