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가'와 EU '메가' 대결…결과 따라 韓 증시도 바뀐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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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가'와 EU '메가' 대결…결과 따라 韓 증시도 바뀐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럽 증시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유럽 증시 대표 지수인 유로스톡스는 13%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5% 넘게 떨어진 미국 S&P500과 대조적이다. 최근처럼 유럽 주가가 올라 글로벌 증시에서 주목받은 것은 1999년 유로랜드 출범 후 2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유럽 증시 부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이른바 ‘PIGS’다. 유로랜드에서 영원히 탈락할 위기에 몰렸던 PIGS의 성장률은 재정 위기 이전 수준보다 1% 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문제가 되던 재정 여건은 양대 핵심국인 독일과 프랑스보다 더 건전한 수준으로 탈바꿈했다.

가장 취약하던 그리스의 도약은 눈이 부실 정도다. 정부 조직 대폭 축소, 공무원 50% 이상 감축, 국영기업 민영화 등으로 민간과 시장경제가 활기를 찾으면서 이제는 제2의 유로 핵심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 개혁 정책은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전기톱 공약, 일론 머스크가 주도하는 미국 정부효율부(DOGE)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다.

美 '마가'와 EU '메가' 대결…결과 따라 韓 증시도 바뀐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후 단절 효과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으로 추락한 독일 경제도 올해부터 제 자리를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취임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오랫동안 재정 정책의 족쇄가 된 부채 브레이크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연방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0.35% 이내로 엄격하게 관리해 왔다.

프랑스 경제도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작년 5월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당의 패배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잔여 임기만 채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의 부도덕한 행위와 갈등으로 고통받던 프랑스 국민이 “유로랜드의 낙오자가 될 수는 없다”는 반성을 토대로 다시 뛰고자 하는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회원국이 속속 부활하면서 브렉시트 이후 뒷전으로 물러난 유럽 통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로화 가치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등가 수준(1유로=1달러) 밑으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으나 이제는 유로당 1.08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회복 속도는 유로화 출범 후 가장 빠른 편이다.

주목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빗대 ‘메가(MEGA·유럽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이 떠오르고 있는 점이다. 메가는 마가보다 100년 이상 앞서 구상됐다. 20세기 초 세계 경제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갈 위기에 빠지자 당시 자유사상가에 의해 제기된 ‘하나의 유럽’이라는 구상과 똑같다.

하나의 유럽 구상은 두 갈래 길로 추진돼 왔다. 하나는 ‘확대(enlargement)’ 단계로 영국이 탈퇴하기 직전까지 28개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참여했다. 다른 하나는 ‘심화(deepening)’ 단계로 유럽통화통합(EMU), 유럽정치통합(EPU), 유럽사회통합(ESU) 순으로 추진하다가 유럽통합헌법 동의 과정에서 일부 회원국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두 번째 단계에서 정체됐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마가와 메가 간 어떤 관계가 형성되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구상 간 디리스킹으로 진전되면 ‘활황’, 디커플링으로 악화되면 ‘불황’, 최악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 중심(pivot)이 사회주의 국가로 이동되면 ‘대공황’에 처할 확률이 높다. 우리로서는 마가와 메가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도 디리스킹으로 진전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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