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연락처 자동 업데이트’ 기능
기존 연락처와 관련성 판단후 자동저장
미국의 후티 반군 공습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이폰 ‘연락처 자동 업데이트’ 기능에서 비롯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백악관은 대화방에 제프리 골드버그 디애틀랜틱 편집장을 초대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아이폰을 포렌식했다. 그 결과 왈츠 보좌관의 아이폰에는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해 10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저장되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골드버그 편집장은 상이 군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사를 작성했고,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묻고자 대선 캠프에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캠프 대변인을 맡고 있던 브라이언 휴즈(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이메일 내용을 복사해 왈츠 보좌관에게 문자로 발송하면서 대응을 맡겼다. 문자에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적힌 서명까지 함께 복사됐다.
포렌식을 진행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서 왈츠 보좌관의 아이폰이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를 휴즈 대변인의 추가 연락처로 자동 저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이폰은 고유 알고리즘을 통해 이메일이나 초대장 등에 담긴 연락처가 기존 연락처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기존 연락처에 추가로 저장한다. 결국 골드버그 편집장의 번호가 휴즈 대변인의 연락처로 추가됐고, 왈츠 보좌관은 휴즈 대변인을 대화방에 초대했지만 사실 골드버그 편집장이 초대됐다는 것이다.앞서 왈츠 보좌관은 골드버그 편집장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26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골드버그 편집장의 연락처가) 의도치 않게 빨려들어가버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렌식 결과대로라면 왈츠 보좌관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그널 게이트 발생 이후 왈츠 보좌관이 자신이 싫어하는 매체인 디애틀랜틱의 언론인 연락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고 전해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왈츠 보좌관을 경질하는 것이) 좌파 진영에만 좋은 일이다”며 왈츠 보좌관을 해임하지 않았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렌식 결과에 만족했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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