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25~4.5%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의 가장 큰 이유는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여전히 견조한 경제 상황이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관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경제 방향성이 보일 때까지 신중하게 움직이겠다는 의미다. 또한 미 Fed는 성명서에서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관세 불확실성에 동결
파월 의장은 “(관세에 따른)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상품 물가가 약간 올랐는데, 여름에 상승세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몇 개월간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세 영향이 유통망을 거쳐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뚜렷한 (관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개인용 컴퓨터, 오디오 장비 등은 이미 관세에 따른 가격 상승이 관측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Fed는 이날 내놓은 경제전망요약(SEP)에서도 올해 말 기준금리 중앙값을 지난 3월과 같은 연 3.9%로 제시했다. 현재 금리 수준에서 연말까지 ‘2회 인하’를 전제로 한 것이다.
◇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이날 Fed는 관세 불확실성은 크지만 미국의 현재 경제 상황은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평가했다. 물가 역시 Fed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도 동결 이유로 꼽았다.
또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낮춘 반면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높였다. Fed는 SEP에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월 전망치 1.7%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 전망치는 3.0%로, 근원 PCE(식료품·에너지 제외 기준) 상승률은 3.1%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3월에 제시한 2.7%, 2.8%보다 높은 수준이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당초 기대보다 더 천천히 2% 목표에 수렴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업률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봤지만 고용 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상태로 평가됐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5%로, 3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 월가 “매파적 동결”
Fed가 이날 금리를 동결했지만 월가에선 이를 “매파적 동결”이라고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SEP의 경우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오르고 성장률은 낮아지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파월 의장이 노동 시장 약세에 관해 크게 언급하지 않은 점, 인플레이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감안할 때 다소 매파적”이라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파월 의장이 이날 노동 시장 악화와 관련해 언급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견조하다고 표현했다”며 그의 발언이 매파적이라고 봤다.
한편 Fed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연 2.5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연 2.0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Fed가 지난달 7일 기준금리를 동결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연 1.75%포인트였으나 한국은행이 같은 달 29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0%로 연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격차는 더 벌어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