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100억유로(약 17조원) 규모의 중산층 감세에 나선다. 장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독일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최근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감세안을 공개했다. 연 소득 6만유로(약 1억원)인 두 자녀 가구에 연간 600유로(약 100만원) 이상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감세로 중산층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내수를 살리겠다는 전략이다. 감세 재원은 최고 소득자(연 소득 27만7826유로 이상)의 최고 한계세율을 기존 45%에서 47%로 높여 마련할 계획이다.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은 노동시장 개혁안에도 합의했다. 카페와 제과점의 일요일 영업시간을 확대하고 공휴일 근무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기업이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할 수 있는 계약 기간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연장한다. 지난주에는 연금개혁전문가위원회가 제안한 연금제도 개혁안을 수용하며 구조개혁 의지를 보였다.
독일 정부는 노동시장 관련 제도도 손질한다. 우선 전화통화를 통한 근로자의 병가 증명서 발급 제도를 폐지한다. 이 제도는 팬데믹 때 도입됐지만 독일의 병가 결근율이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관련 증명서도 기존에는 병가 3일째까지 제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첫날부터 내도록 했다. 고소득 근로자를 더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생명공학 등 임금 수준이 높은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독일에 유치하기 위한 조치다.
홀거 슈미딩 베렌베르크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정책은 작은 조치의 묶음”이라며 “독일 복지 제도 개혁 계획과 결합하면 중대한 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 글로벌매크로책임자는 “이번 개혁 패키지는 마침내 독일이 움직이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반면 기업가 단체인 독일산업연맹의 타냐 괴너 회장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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