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형사소송법 등 근거로 전날 열람·등사 불허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이 대법원에서 전날 불허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사건 재판기록 열람·등사를 다시 신청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했다. 조사단은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재판기록에 대해서도 조만간 열람·등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9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조사단은 이날 김 전 부원장 사건의 기록 열람·등사 재신청 요청서를 대검에 보냈다. 대검은 요청 취지와 관련 규정을 검토한 뒤 법원에 열람·등사를 다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은 법원에 제출된 검찰 측 증거기록을 확보해야 당시 수사 과정과 관계자 진술 내용, 공소 유지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록 요청의 근거는 최근 대검이 마련한 내부 운영지침이다. 이 지침에는 조사단이 업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사기록과 공판기록, 관계 서류 등을 수집·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전날 진상조사단이 낸 김 전 부원장 사건 기록 열람·등사 협조 요청을 불허했다. 조사단이 지난 2일 김 전 부원장의 상고심 재판부에 기록 열람·등사 협조 요청서를 제출한 지 엿새 만이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불허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재판 중인 사건 기록의 열람·복사를 제한하는 형사소송법과 관련 규정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조사단이 법원 제출 증거기록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건은 김 전 부원장 사건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등 두 건이다. 김 전 부원장 사건은 현재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고, 대장동 사건은 항소심 단계에 있다. 형사사건 기록은 통상 수사기록과 증거기록으로 나뉜다. 수사기록은 검찰이 보관하지만, 증거기록은 1심 증거조사가 마무리되면 법원에 제출된다. 사건이 항소심이나 상고심으로 넘어가면 증거기록도 상급심 법원으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전 부원장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증거기록을 조사단이 확인하려면 검찰이 보관한 기록만으로는 부족해 법원의 열람·등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위례신도시 개발비리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윤석열 명예훼손 허위 보도 의혹 사건 등 다른 조사 대상 사건들은 검찰 보관 기록으로도 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조사단의 판단이다. 판결이 확정된 사건은 증거기록이 검찰로 반환될 수 있고 아직 1심 증거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은 증거기록이 법원에 제출되지 않아 검찰이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건의 재판기록을 조사단이 열람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진행 중인 재판 자료를 별도 조사기구가 검토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재판 개입이라는 비판이다. 일선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확정 사건도 아니고 상고심이 진행 중인 사건에서 공판 검사나 변호인이 아닌 제3자가 소송기록을 열람하면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위 조사 대상 사건을 수사했던 홍승욱·김유철·신봉수·송경호 전 검사장도 전날 성명을 내고 “조사 대상에 포함된 다수 사건은 현재 법원에서 치열하게 법리 공방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조사단이 재판 자료를 별도로 검토하려는 것은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위헌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검찰미래위는 검찰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와 권한 남용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지난달 10일 출범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대검 직속 기구로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조사 대상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이재명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자금 명목으로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 4700만 원을 받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으로부터 개인적 뇌물 1억 9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 원, 추징금 6억 70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8월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불구속 상태로 상고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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