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면 한 봉지 가격이 2000원을 넘어서는 등 급등한 생필품 가격으로 국민 여러분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2차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한 직후 페이스북에 이같이 적었다. 12·3 비상계엄 이전보다 5% 가까이 가격이 오르며 서민 경제 부담으로 작용한 라면 값을 거론하면서 물가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도 “우리가 쓰는 한 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며 “책임감도 각별히 가져달라”며 공직사회에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 李 “물가 현황, 대책 보고해달라”
이 대통령은 이날 TF 회의를 시작하면서 ‘2000원 라면값’을 화두로 꺼냈다. 그러자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걱정되는 부분이 계란과 닭고기, 특히 닭고기는 브라질 쪽에서 순살치킨을 많이 수입하는데 여기에서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가격) 급등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 문제가 우리 국민에게 너무 큰 고통을 준다”며 다음 회의 전까지 대책을 달라고 지시했다. 또 “장관들이 다 알기 어렵지 않으냐”며 향후 회의에 담당 차관이나 실·국장, 과장 등 실무자도 가능하면 대동하고 참석할 것을 주문했다.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도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물가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하다면 즉각적으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에서는 정권 초 국민에게 체감되는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물가 관리 대책을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요즘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게 경기 부양”이라며 “물가 관리 등을 통해 불경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성과를 보여달라는 지시”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4.1%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물가 상승률(1.9%)을 2배 이상 웃돈 것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6개월 새 2.7% 뛰었다. 반면 라면, 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 원재료 물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세계 곡물 가격 지수는 6개월간 2.2% 하락했다. 유지류 가격 역시 국제적으로 7.3% 내려갔고 설탕 가격은 13.4% 급락했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내리막을 걷고 있는데도 가공식품 가격은 오히려 비싸지고 있는 것.
지난달 가공식품 74개 품목 가운데 지난해 11월보다 가격이 비싸진 품목은 53개였으며 가격 상승률이 5% 이상인 품목도 19개였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2000원 라면’도 시중에서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농심은 3월 라면·스낵 17종 가격을 평균 7.2% 올렸다. 이에 1900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블랙을 포함해 2000원에 육박하는 농심 라면 제품은 10개가 넘는다. 오뚜기 역시 가격 인상에 나서 진짬뽕 대컵, 열치즈라면 등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식품 기업에 가격 인하를 요청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가격 인상이 없었는지 담합 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는 달걀, 닭, 그 외 과일류 몇 가지는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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