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ech와 함께 안전운전] 〈16〉 日 대도심 첫 자율주행 현장
골목길-8차로 도로 능숙하게 주행… 사람 개입없이 회전-차선변경 척척
초당 수천개 시뮬레이션… 최선 골라
韓은 안전문제로 제한적 시범사업… “규제 개선 안되면 경쟁국에 뒤쳐져”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쇼와구의 한 도로.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운전대가 좌우로 부드럽게 회전했다. 차량 내부에 부착된 디스플레이에는 주변 장애물의 종류가 구분돼 위치와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전거와 유모차 등은 사람으로 올바르게 인식됐고 사람과 건물, 차량이 각기 다른 색으로 나타났다.나고야시에서 이달 7일부터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을 지난달 25일 20분가량 미리 시승했다. 차량은 폭 약 6m의 좁은 골목길을 스스로 빠져나와 왕복 8차로 도로로 진입한 뒤 사방이 차량에 둘러싸인 상태로 주변 교통 흐름에 맞춰 달렸다. 운전자의 개입 없이 좌·우회전을 했고 신호에 맞춰 정지하거나 차로를 변경하는 것도 능숙했다. 도심 주행 최고 속도는 시속 49km였다.
● 수천 개 시나리오 중 최선책 고르는 MPDM 기술
아이치현은 7일부터 나고야시에서 자율주행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쇼와구에 있는 ‘스테이션 AI(인공지능)’부터 나고야역을 잇는 왕복 약 9.3km의 루트를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5분까지 왕복 4회 운행한다. 차량은 도요타의 미니 밴 ‘시에나’를 자율주행에 맞게 개조한 차량으로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인 메이모빌리티가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차량 외부에는 라이다(LiDAR) 센서 5개, 카메라 8개, 레이더(RADAR) 센서 5개가 장착돼 주변을 살핀다. 사업 운영은 이동통신 사업자 NTT도코모가 맡았다.이 자율주행차는 매초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가장 안전한 선택지를 스스로 골라낸다. 이는 메이모빌리티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다중정책의사결정(Multi-Policy Decision Making·MPDM) 기술로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기법이 적용됐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반복적인 무작위 표본 추출을 통해 다양한 결과가 일어날 가능성을 구하는 알고리즘 유형이다.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데도 사용된 바 있다.
MPDM 기술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 대처에 강점을 가진다. 매 상황 실시간으로 계산한 결과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이다. 나카무라 다카시 메이모빌리티 저팬 총괄 매니저는 “MPDM은 인간의 뇌처럼 전방의 사람이 차량으로 뛰어드는 상황까지 대비하고 속도를 줄인다”며 “예외 상황을 의미하는 ‘에지 케이스’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사전에 학습한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존의 자율주행 기술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 日 최초 대도심 자율주행 “정식 운행도 검토 중”
아이치현에 따르면 자율주행 차량을 대도시 중심부에서 일반 차량 속도에 맞춰 정기적으로 운행하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최초다. 자율주행 코스에 속하는 ‘와카미야 오도리’는 폭만 100m에 달하는 공공도로다. 운행 시간대인 낮에는 통행량과 주변 보행자가 많은 구역으로 알려져 있다.내년 3월 19일까지 5개월간 진행하는 실증 사업이 종료되면 성과에 따라 정식 운행도 검토 중이다.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이날 시승 행사에서 “도심부에서 이용자 수요가 높으면 기술성, 안전성, 상업성 등 세 가지를 모두 만족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상용화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치현은 사업 과정에서 날씨 등 자율주행 차량의 운행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에 대한 데이터를 추출해 운전석 무인 자율주행 실현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주민들의 기대도 크다. 나고야시 쇼와구에 거주하는 시미즈 유이 씨(41)는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백내장이 있는데도 장을 보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하는 일이 많아 걱정이 컸다”며 “자율주행 사업이 확대된다면 다리가 불편한 노인들의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韓 심야 등 제한적 시범사업…“규제 완화 필요”
한국도 9월 26일부터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심야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안전 문제로 제한적으로 시범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보행자와 사람이 적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까지만 운행할 수 있고, 어린이보호구역이나 골목길 등에서는 사람이 수동으로 운전하는 식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려면 무엇보다 실전 주행 데이터 확보가 중요한 만큼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주행 차량이 일반 운전자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운행하려면 실전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심야 시간대에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혼잡 도로에서의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법적인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경쟁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공동 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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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한종호 기자 h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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