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야스 하지메(오른쪽)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대체 어떤 근거로 '월드컵 우승'을 말할 수 있겠는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내건 일본 축구대표팀을 향해 현지 평론가의 날 선 비판이 나왔다. 월드컵 예선을 조기에 통과한 성과 자체는 인정할 수 있지만, 경기 내용 등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방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한 대표팀 안팎의 목소리와 맞물려 현시점에선 월드컵 8강조차 힘들다는 분석도 더해졌다.
일본계 브라질인 2세인 일본 축구 평론가 세르지오 에치고(80)는 21일 일본 매체 스포르티바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 대표팀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호주에 1무 1패를 당했다. 대체 어떤 근거로 '월드컵 우승'을 말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월드컵 최종 예선을 1위로 통과한 건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면서도 "내용적으로는 미묘하다. 호주에 1무 1패,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는 1승 1무를 거뒀다. 최대 라이벌로 꼽힌 두 팀을 상대로 실력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 데다, 홈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했다"고 짚었다.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
실제 일본은 지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홈경기에서 호주와 1-1로, 사우디와는 0-0으로 비겼다. 그나마 사우디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뒀으나 9차전 호주 원정에선 호주에 0-1로 졌다. 3차 예선 최종 성적은 7승 2무 1패(승점 23)로 1위였지만 최대 라이벌로 꼽힌 호주·사우디를 상대로는 1승 2무 1패에 그쳤다.
에치고는 "호주는 과거와 비교해 팀 케이힐 같은 위협적인 선수가 없을 만큼 인재가 부족하다. 사우디는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자국리그에 영입되면서 대표팀급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졌다"며 "일본은 그런 두 팀을 상대로 볼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확실하게 승점 3을 얻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시아에 배정된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8.5장으로 늘어난 덕분에 인도네시아나 중국, 바레인 같은 약체 팀이 최종 예선에 올랐다. (3차 예선에서의 좋은 성적은) 그 팀들을 대파한 결과일 뿐"이라며 "그럼에도 일부 언론들이 '역사상 최강의 대표팀'이라고 떠드는 건 어색하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 /AFPBBNews=뉴스1 |
에치고는 앞서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한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가했다.
그는 "과거와 비교해 현재 일본 대표팀 선수들은 유럽에서 뛰는 선수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개인 수준도 향상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세계의 다른 라이벌들도 다 마찬가지다. 일본만 강해졌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도 비판했다.
이어 "나는 예전부터 '급할 필요는 없다', '겸손하게 도전자의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지난 호주전(월드컵 예선 9차전·0-1 패배)을 보고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번 A매치 기간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중계를 봤는데 4강에 오른 포르투갈과 스페인, 독일, 프랑스 모두 강했다. 네덜란드나 잉글랜드도 좋은 팀이고, 남미엔 월드컵 우승국인 아르헨티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강팀들이 많은 상황에서 과연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 탈락, 3차 예선에서 호주·사우디를 확실하게 이기지 못한 일본이 어떤 근거로 '월드컵 우승'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현실은 8강도 쉽지 않다. 지난 호주전 패배를 좋은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