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심정섭 씨, 일제 공출명령서 공개

일제가 조선 농민에게 핵심 노동력이자 주요 재산이었던 한우를 군수용으로 제공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겠다고 위협한 공출 명령서가 공개됐다.
향토사학자 심정섭 씨(83·광주 북구)는 19일 본보에 일제의 한우와 누에고치 공출 자료 2점을 공개했다. 심 씨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백강 조경한 선생(1900∼1993)의 외손자다.

이 공출 명령서는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10월 20일 전남 광양군 옥룡면장과 주재소 순사부장 명의로 옥룡면 산남리에 거주하던 농민 김모 씨에게 발송된 것이다. 당시 공출은 일제 수요에 따라 조선 농민들이 각종 농축산물을 헐값에 강제로 내놓도록 한 제도였다.
명령서에는 “김 씨가 기르고 있는 한우를 해군에 보낼 고깃소로 공출한다. 1944년 10월 24일 오전 8시까지 소를 끌고 면사무소로 나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공출은 군수육류제령에 따른 것이며, 이유를 막론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한다”는 위압적인 문구도 포함됐다.당시 농민들 사이에서는 “한우는 하품밖에 버릴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우는 논밭을 갈고 짐을 나르는 데 필수적인 존재였다. 일제는 한우를 전략물자로 규정하고 전수조사와 함께 엄격한 통제를 실시했다.
심 씨는 2024년에도 일제가 농민의 한우 출산 여부를 세 차례에 걸쳐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수탈한 사실을 보여주는 한우 이동증명서를 공개한 바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일제가 한우를 군수물자로 수탈하면서 조선 농민들 사이에서는 ‘사람이 목에 멍에를 걸고 논밭을 갈았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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