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최대 1조엔 투입
제조업 특화 인공지능 육성
2030년 피지컬 AI 완성 목표
엔비디아 최신 GPU 도입
13개 글로벌 연구기관 협력
미·중 AI 기술 패권에 승부수
일본이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44개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소버린(주권) AI’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정면 승부 대신 제조업 강국이라는 강점을 살린 산업 특화 인공지능(AI)을 육성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도쿄에서 국산 AI 프로젝트 출범 행사를 열고 AI 개발을 전담할 신설 법인 노에트라(Noetra)의 사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노에트라는 소프트뱅크와 소니그룹, NEC, 혼다, 히타치제작소, 후지쓰, 가와사키중공업, 샤프, DMG모리정기 등 일본 대표 제조·IT 기업 44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AI 컨소시엄이다.
노에트라는 올해 안에 첫 번째 자국산 AI 기반 모델을 공개하고, 이후 이미지와 음성, 영상 등을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AI로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로봇과 공장, 자동차를 스스로 제어하는 ‘피지컬 AI’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범용 생성형 AI가 아니라 제조업 현장에 특화된 AI 생태계 구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 오픈AI와 구글, 중국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범용 AI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일본이 같은 경쟁 구도로는 승산이 낮다”며 “대신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산업 노하우를 AI 학습에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최대 1조엔(약 9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인 루빈(Rubin)을 약 2만7500장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GPU는 2028년부터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구축되는 전용 AI 컴퓨팅 센터에서 운영된다. 이곳은 국가가 구축하는 AI 연산 인프라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노에트라는 AI 모델 성능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연구기관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도쿄과학대를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 등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미지·영상 생성, 인간과 로봇의 협업, 산업 자동화 등 5개 핵심 연구 과제를 공동 추진한다. 연구 성과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통해 기반 모델 개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날 출범 행사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황 CEO는 “일본 제조 현장의 지식은 국가의 자산”이라며 “피지컬 AI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는 일본에서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 역시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과 국내외 연구 역량을 결합해 신뢰할 수 있는 AI 기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에트라에는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의 활용 사례가 축적돼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히타치는 철도와 전력망, 공장 설비 운영 데이터를 AI와 결합하고 있으며, 화낙(FANUC)은 산업용 로봇과 AI 연계를 추진 중이다. 소니그룹은 게임과 영상 제작 효율화, SG홀딩스는 물류 최적화, 가시마건설은 설계와 시공 자동화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DMG모리정기는 숙련 기술자의 암묵지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노에트라는 이처럼 기업들이 보유한 현장 데이터를 기반 모델 학습에 활용한 뒤, 각 기업이 다시 이를 자사 산업에 맞게 고도화하는 구조를 구축할 방침이다. 단바 히로토라 노에트라 사장은 “AI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산업 현장 활용 사례를 확보하느냐”라며 “현장에서 AI가 축적하는 경험이 많아질수록 모델 성능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특히 ‘국산 AI’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경제안보도 자리한다. 제조업 데이터가 해외 AI 플랫폼으로 유출될 경우 생산 공정과 설계 노하우 등 핵심 경쟁력이 외부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 기업들은 국산 기반 모델을 활용하면 제조 데이터와 산업 기술을 일본 내에서 관리하면서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분야의 글로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운영 규모가 일본의 약 4배에 달하며, 올해까지 국가 주도로 100건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 활용 사례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추진 중이다. 독일 역시 산업용 AI 클라우드와 공장 자동화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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