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엔화 약세 흐름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NHK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157.76엔까지 상승했다.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달러당 약 2엔가량 떨어지며 약 한 달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약세는 달러뿐 아니라 유로에 대해서도 두드러졌다. 이날 엔·유로 환율은 1유로당 184.77엔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는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역대 최저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 자체보다, 인상 이후 추가 긴축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엔화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기조를 유지하자 금융 시장을 중심으로 “향후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이라는 해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NHK도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페이스가 완만할 것이라는 견해가 퍼지며 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단기 정책금리를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다만 향후 엔화 방향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닛케이에 따르면 스톤X그룹의 한 애널리스트는 “우에다 총재가 앞으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 엔저는 더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UBS글로벌 관계자는 “미·일 금리차가 점차 축소되면 향후 1년 동안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시장의 관심은 엔화 매수(환율 방어) 개입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19일 “투기적 움직임을 포함해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최근 반나절, 수 시간 사이에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이 분명히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강경한 메시지 자체가 단기적으로는 엔화 매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토 유지로 노무라증권 수석 전략가는 “금리 인상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이어진다면, 환율이 펀더멘털(경제 기초여건)과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당국의 설명이 더 정당화되기 쉽다”며 구두 개입만으로도 포지션 조정 성격의 엔화 매수가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가 아키라 아오조라은행 수석 전략가도 “개입 경계감이 커지면 투기 세력의 엔화 매도·달러 매수 압력은 점차 약해질 것”이라며 차익 실현이 진행될 경우 달러당 154엔 수준까지 되돌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개입까지는 정치·외교적 문턱이 높다는 견해도 여전하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미즈호증권 수석 외환 전략가는 “미국으로부터 개입에 대한 명확한 ‘묵인’을 얻지 못했다는 시각이 많다”며 “당국의 태도를 시험하듯 엔화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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