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와 관세협상 카드로 미국산 쌀 수입확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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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日, 700% 관세율” 불만에
비관세장벽 개선안 제시할때
쌀 매개로 車관세 등 타결 기대
日, 수입쌀 늘리면 한국에도 기회

22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가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조지 글라스 신임 주일 미국대사를 접견했다. 글라스 대사는 이시바 총리와 만난 뒤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합의에 이를 것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비관세 장벽을 개선하란 미국의 요구에 맞설 대응 카드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22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가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조지 글라스 신임 주일 미국대사를 접견했다. 글라스 대사는 이시바 총리와 만난 뒤 미일 관세 협상과 관련해 “합의에 이를 것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비관세 장벽을 개선하란 미국의 요구에 맞설 대응 카드로 미국산 쌀 수입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최근 미국과 관세 협상에 나선 일본이 이르면 다음 주 미일 장관급 회의에서 비(非)관세 장벽 개선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미국산을 비롯해 쌀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쌀을 더 수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보조를 맞추는 것으로, 최근 일본 수출길이 열렸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한국 쌀도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 트럼프 “700% 관세” 터무니없다던 日, 태세 전환

22일 마이니치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요구를 반영할 대책을 검토하라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지시에 따라 일본 정부는 조만간 비관세 장벽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2차 미일 장관급 회의의 협상카드로 쌀 수입 확대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에서 “일본이 70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은 당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대응했지만 미국 쌀 수입 확대안을 본격 검토하게 된 것.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이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자동차 추가 관세 25% 예외 조치에 대해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로 짚은 쌀을 매개로 이번 사태를 타개하고 싶어한다”고 진단했다.

일본 또한 쌀 수입 확대가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1년 새 두 배가 된 쌀 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 또 수입 쌀 확대를 통해 농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여러 조치를 통해 지켜왔지만 일본 농업은 쇠퇴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7월 2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미국과 신중하게 협상 시기 등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 日수출 물꼬 튼 한국 쌀에도 기회 일본은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을 통해 쌀 시장을 일부 개방했다. 1995년부터 쌀 수입에 대해 일정 물량을 무관세로 들여오는 ‘최소시장접근(MMA·Minimum Market Acces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매년 77만8000t의 쌀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고, 이 물량을 초과하는 수입분에 대해선 kg당 341엔(약 3400원)의 관세가 부과된다.

해당 사안에 밝은 일본 내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대미 협상안으로 두 가지 안을 검토 중이다. MMA에 따라 무관세로 들여오는 수입쌀 77만8000t 전체 분량을 늘리는 방안과, 기존에 무관세로 들어오는 분량은 유지하면서 최대 10만 t으로 한정한 주식용 쌀의 분량을 늘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 이 소식통은 “주식용 쌀의 수입 규모를 늘리게 된다면 미국 쌀만 골라 수입할 수 없고, 모든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에 입찰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며 “한국 쌀의 대일 수출량을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8일 일본에 처음 정식으로 수입된 한국산 쌀 2t은 판매 열흘 만에 거의 소진됐다. 2차 선적분 10t은 다음 달 초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10kg 상품의 비중을 80%로 늘렸고, 나머지는 4kg 상품으로 채울 예정이다. 농협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일본 쌀 시장 변화에 맞춰 수출량을 조절하고, 판매처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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