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 프로젝트 가동
소뱅·소니 등 44개 기업 참가
일본 정부 최대 1조엔 투입
일본이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44개 기업이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주권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거대언어모델(LLM) 경쟁에서 정면 승부 대신 제조업 강국이라는 강점을 살린 산업 특화 AI를 육성해 기술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7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전날 도쿄에서 국산 AI 프로젝트 출범 행사를 열고 AI 개발을 전담할 신설 법인 노에트라(Noetra)의 사업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노에트라는 소프트뱅크와 소니그룹, NEC, 혼다, 히타치제작소, 후지쓰, 가와사키중공업, 샤프, DMG모리정기 등 일본 대표 제조·정보기술(IT) 기업 44곳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AI 컨소시엄이다. 노에트라는 올해 안에 첫 번째 자국산 AI 기반 모델을 공개하고 이후 이미지와 음성, 영상 등을 함께 이해하는 멀티모달 AI로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까지 로봇과 공장, 자동차를 스스로 제어하는 '피지컬 AI'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범용 생성형 AI가 아니라 제조업 현장에 특화된 AI 생태계 구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오픈AI와 구글, 중국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범용 AI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일본이 같은 경쟁 구도로는 승산이 낮다"며 "대신 수십 년간 축적한 제조 현장의 데이터와 산업 노하우를 AI 학습에 접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향후 5년간 최대 1조엔(약 9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미국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Rubin)을 약 2만7500장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GPU는 2028년부터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구축되는 전용 AI 컴퓨팅 센터에서 사용된다. 이곳은 국가가 구축하는 AI 연산 인프라스트럭처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노에트라는 AI 모델 성능 고도화를 위해 글로벌 연구기관과도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도쿄과학대를 비롯해 영국 케임브리지대·옥스퍼드대 등 13개 연구기관이 참여한다. 이들은 이미지·영상 생성, 인간과 로봇 간 협업, 산업 자동화 등 5개 핵심 연구 과제를 공동 추진한다. 연구 성과는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를 통해 기반 모델 개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날 출범 행사에는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황 CEO는 "일본 제조 현장의 지식은 국가의 자산"이라며 "피지컬 AI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는 일본에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 역시 "일본 제조업 경쟁력과 국내외 연구 역량을 결합해 AI 기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다양한 산업 분야의 활용 사례가 축적됐다는 점도 노에트라의 강점으로 꼽힌다. 히타치는 철도와 전력망, 공장 설비 운영 데이터를 AI와 결합하고 있으며, 화낙은 산업용 로봇과 AI 연계를 추진 중이다. 소니그룹은 게임과 영상 제작 효율화, 가시마건설은 설계와 시공 자동화에 AI를 적용할 계획이다. DMG모리정기는 숙련 기술자의 암묵지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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