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에서는 왕가의 승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를 내려올수록 남성 왕족이 희소해져 자칫하면 126대에 걸쳐 이어져 온 왕가가 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현 나루히토 일왕의 자녀는 외동딸인 아이코 공주(사진)뿐이다. 일본 왕실 관련 법률인 ‘왕실전범’은 “왕위는 남자가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아이코 공주는 일왕에 즉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나루히토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가 왕세자로 책봉됐으며, 후미히토 왕세자의 장남인 히사히토가 차차기 계승자로 점쳐진다. 문제는 후미히토 왕세자나 히사히토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승계할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다음 계승 서열에 해당하는 남성 왕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여성 일왕 즉위를 허용하는 것으로 전범을 바꾸는 것이 거론된다. 이는 아이코 공주의 국민적 인기와 맞닿아 있다.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여성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영국도 여왕 즉위가 빈번한 가운데 일본만 이를 금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자민당을 중심으로 한 일본 정치권은 부정적이다. “일왕제라는 것 자체가 전통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기존 원칙을 거스르는 방식을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 때문에 자민당 등은 왕족 범위를 대폭 확대해 대를 이을 남성을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 의장들이 ‘안정적인 왕족 수 확보를 위한 입법부의 총의’를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은 이를 토대로 왕실전범 개정 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2차대전 직후인 1947년의 왕실 축소 정책으로 왕적에서 이탈한 옛 왕가 출신 남성을 현 왕가에서 양자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여성 왕족이 일반인과 결혼하면 왕족 지위가 박탈되는 규정을 개정해 본인이 원할 경우 왕족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방안이 실행되면 왕위 계승자 대상 남성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옛 왕족가 남성의 왕실 복귀다. 대상이 되는 가문 중에는 현재 왕실과의 혈연관계가 600년 전까지 거슬러 가는 경우도 있다. 보수 진영은 “2600년간 이어져 온 남계 계승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진보 진영은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여성 일왕 논의는 외면한 채 사실상 일반인이 된 옛 왕족 후손을 다시 왕실로 불러들이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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