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사퇴한 기관장, 장관과 통화 전에 이미 사직 마음먹어”
문재인 정부 시절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에게 사직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중남)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현 남북하나재단) 손광주 전 이사장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통일부 소속 공무원들이 손 전 이사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사표를 종용하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이나, 이는 조 전 장관의 지시를 이행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자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또한 조 전 장관이 손 전 이사장에게 한 통화는 사퇴 요구가 아니라 이미 사퇴하기로 마음먹은 손 전 이사장에게 사퇴 시점을 명확히 알려달라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통일부 장관에겐 재단 이사장을 임의 해임하거나 임기를 단축할 인사권이 없으므로 자신의 직무권한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주장처럼 피고인의 행위가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직권 행사라고 보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당시 손 전 이사장의 임기가 남아있음에도 반복적으로 사직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블랙리스트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 부처별 산하 공공기관 인사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뒤 사표를 받거나 사퇴를 종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김봉준 전 인사비서관 등이 같은 혐의로 기소돼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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