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2040년까지 대형 원자력발전소 최대 6기를 추가로 지어야 한다고 전망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된 원전 역시 6기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중단된 원전 물량이 현재의 전력 수급 불안을 키운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7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당시 건설계획에서 제외되거나 백지화된 원전은 신한울 3·4호기(각각 1.4GW급), 대진 1·2호기(각각 1.5GW급), 천지 1·2호기(각각 1.5GW급)로 모두 6기다.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던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제8차 전기본에서 계획이 제외됐다. 같은 시기 제7차 전기본에서 추진되던 대진 1·2호기와 천지 1·2호기도 함께 계획이 철회됐다.
모두 2017년 10월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른 것이다. 이들 원전 6기의 설비용량을 합하면 8.8GW에 달한다. 연간 기대 발전량으로 환산하면 대략 4만~6만GWh 수준으로, 서울시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최근 기준 약 5만GWh)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40년 전력 수요가 급증해 대형 원전을 최대 6기가량 추가로 지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백지화된 원전 규모와 향후 추가로 필요할 수 있는 원전 규모가 공교롭게도 각각 6기 안팎으로 겹친다.
이 가운데 신한울 3·4호기는 2023년 1월 제10차 전기본에 건설계획이 다시 반영돼 그해 6월 공사가 재개됐다. 그러나 건설 재개 시점은 당초 계획보다 6년 가까이 늦어졌다. 대진·천지 1·2호기 등 나머지 4기는 여전히 복원 계획이 없는 상태다.
기존 가동 원전의 수명 만료에 따른 가동 중단과 재가동 준비도 이어지고 있다. 고리 3호기(950MW)와 4호기(950MW)는 각각 2024년 9월, 2025년 8월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을 멈췄으며, 한수원은 2026년 12월과 2027년 초 재가동을 목표로 계속운전 절차를 준비 중이다. 한빛 1호기(950MW) 역시 지난해 12월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됐으며, 2027년 3월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이미 해체 절차에 들어간 고리 1호기(587MW, 2017년 영구정지)와 영구 정지된 월성 1호기(679MW, 2019년 영구정지)는 이미 영구정지 및 해체 절차를 밟아 재가동이 불가능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한 첨단산업단지는 수십GW 규모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제조업보다 전력 소비가 훨씬 많아 원전과 같은 대규모 기저 전원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김위상 의원은 “이념 편향적인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된 원전 6기가 공교롭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첨단 미래 산업을 위해 꼭 필요한 전력 규모와 일치한다”며 “향후 이념에 따라 원전 계획을 일방 폐기하거나 무너뜨리지 못하도록, 제도적 안전장치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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