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4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퇴거를 한 시간 앞두고 관저 앞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2030 청년 수백 명이 신분증을 손에 들고 줄지어 선 채 윤 전 대통령과의 '작별 인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 전 대통령과 마지막으로 악수하고 싶다며 현장을 찾은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줄을 섰고, 일부는 "기회를 20·30·40 청년들에게 양보하자"는 현장 안내자의 말에 순서를 내주기도 했다.
일산에서 왔다는 20대 남성 A씨는 "대학 다닐 때부터 윤 대통령을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손 한번 잡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여기 오는 길도 조심스럽고 무거운 마음이었지만, 그래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30대 여성 B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너무 고생했고 앞으로도 더 고생하실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고 이들이 자리를 채웠다는 것에 힘이 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 지지 유튜버 '신의한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관저 인근 볼보빌딩 앞에서 응원 집회를 열었다. 신고된 집회 참가 인원은 1만 명에 달했고,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도 연단에 올라 연설을 진행했다.
현장에서는 시위 진행자들은 "윤 대통령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겠냐"며 "새치기하지 말고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비는 삼엄했고, 경찰차와 경호 인력이 곳곳에 배치됐다.
이날 관저 앞에는 '탄핵 무효!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연호가 이어졌고, 2030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지지자들의 이별 인사가 계속됐다.
현장에서는 환호 연습’까지 벌어졌다. 관계자의 "대통령 나오시면 '윤석열!' 하고 크게 외쳐주세요”라는 안내에 맞춰 지지자들이 손뼉을 치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환호성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일종의 리허설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이동한다. 지난 2022년 11월 7일 서초동을 떠난 이후 886일 만이다.
대통령경호처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관련 규정에 따라 이미 윤 전 대통령의 경호팀을 꾸린 상태다. 경호 인력은 약 40명 안팎이며,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파면되더라도 기본적인 경호 예우는 유지된다. 공식 경호 기간은 5년이지만,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