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러분 곁 지킬것” 메시지…국힘선 ‘상왕정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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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3.8 뉴스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8일 오후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3.8 뉴스1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6일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국민변호인단’을 향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12·3 비상계엄에 중대한 위헌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파면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며 지지층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주말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국민의힘 친윤(윤석열)계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승복 없는 尹, 지지자 향해 “여러분 곁 지키겠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낸 540자 분량의 입장문에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힘냅시다”라고 말했다.

‘국민변호인단’은 광화문과 한남동 관저 앞 등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들을 향해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추켜세운 것을 두고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이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한 헌재의 파면 사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한다”며 “몸은 비록 구치소에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여러분,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당일에는 145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선고 전까지 관저에서 칩거하며 메시지를 자제했던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이후 외부와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4일 헌재 선고 직후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진과 관저에서 오찬을 했고 같은 날 법률대리인단과는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과의 만찬에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관저정치 이어가는 尹, “대선 영향력 행사하나”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상왕 정치’로 조기 대선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전날(5일) 한남동 관저에서 나경원 의원과 1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차담은 윤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따른 자신의 파면으로 이뤄지게 된 조기 대선과 관련해 “민주당이 의회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반(反)이재명’을 내걸고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하고 나선 가운데 윤 전 대통령도 잇따라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4일 관저를 찾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내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친윤계 의원과 연이틀 만나 조기 대선에 대한 의견을 전한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목하거나 낙점하는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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