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6일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국민변호인단’을 향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12·3 비상계엄에 중대한 위헌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파면을 선고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사실상 불복하며 지지층에게 감사를 표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주말에도 서울 한남동 관저에 머물며 국민의힘 친윤(윤석열)계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윤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승복 없는 尹, 지지자 향해 “여러분 곁 지키겠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낸 540자 분량의 입장문에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와 헌재 판결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담기지 않았다. 그 대신 윤 전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직에서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힘냅시다”라고 말했다.‘국민변호인단’은 광화문과 한남동 관저 앞 등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했던 단체다. 윤 전 대통령이 이들을 향해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웠다”고 추켜세운 것을 두고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이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한 헌재의 파면 사유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한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2월 13일 저녁, 청계광장을 가득 메웠던 여러분의 첫 함성을 기억한다”며 “몸은 비록 구치소에 있었지만, 마음은 여러분 곁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년 여러분, 이 나라와 미래의 주인공은 바로 여러분”이라며 “용기를 잃지 않는 한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이 지지층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중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당일에는 145자 분량의 짧은 입장문에서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했다.선고 전까지 관저에서 칩거하며 메시지를 자제했던 윤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이후 외부와의 소통을 늘리고 있다. 4일 헌재 선고 직후엔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고위 참모진과 관저에서 오찬을 했고 같은 날 법률대리인단과는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법률대리인단과의 만찬에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정치 이어가는 尹, “대선 영향력 행사하나”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상왕 정치’로 조기 대선에 개입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전날(5일) 한남동 관저에서 나경원 의원과 1시간 정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차담은 윤 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 의원에게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은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에 따른 자신의 파면으로 이뤄지게 된 조기 대선과 관련해 “민주당이 의회 권력에 이어 행정 권력까지 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이 ‘반(反)이재명’을 내걸고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하고 나선 가운데 윤 전 대통령도 잇따라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4일 관저를 찾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도 대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내 탄핵 반대를 주도했던 친윤계 의원과 연이틀 만나 조기 대선에 대한 의견을 전한 셈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특정 후보를 지목하거나 낙점하는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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