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 측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을 들은 뒤 “합동참모본부에 계엄과가 있고, 계엄과에는 매뉴얼도 있다. 국가 비상상황에서 계엄하기 위한 여러 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할 당시부터 계엄을 모의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김용현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할 당시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검찰 말대로 2024년 봄부터 이런 그림을 그려왔다는 주장 자체가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몇 시간 동안의 상황을 나열식으로 적은 공소장을 내란으로 규정했다는 것 자체가 법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과정과 내란몰이에 겁을 먹은 사람들이 수사기관에 유도에 따라 진술한 부분들이 검증 없이 반영돼있다”고도 했다.윤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이 계엄을 선포한 것 관련 집권 연장, 장기 집권을 위한 군정 실시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군인에게 민간인과의 충돌은 피하고 실탄은 안 된다고 지시한만큼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지,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군정을 실시하려는 계엄이 아니라는 것은 진행경과를 보면 자명하다”고 했다. 이어 “계엄과 쿠데타는 완전히 다른 것인데, 계엄과 쿠데타를 동급으로 하는 것 자체가 법적인 판단과 멀리 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시도 등이 계엄 선포의 원인이었더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저도 다른 어떤 비상조치를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야당의)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들에 대한 탄핵 발의 움직임을 보고 상당히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진 헌법상 비상조치, 계엄 선포를 통해서 헌법이 지정한 권력자인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알리고 직접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조치를 생각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사·여론조사 꽃에 군을 투입하라는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한테 말했다는 거는 내가 모르는 거니까 아는 부분만 말하겠다”며 “민주당사와 꽃은 제가 지시한 바도 없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즉각 중단시켰으니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띄우면서 하면 좋겠다”며 검찰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워달라고 요청한 뒤 검찰의 진술 내용을 짚어가며 직접 반박했다.윤 전 대통령 발언에 앞서 검찰은 “윤석열 피고인으로 칭하겠다”며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검찰은 국정 상황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인식, 비상계엄 사전 모의와 준비 상황을 언급하고 윤 전 대통령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경찰과 계엄군의 국회, 선관위 등 투입 사실을 조목조목 언급하고는 “폭동성이 강하게 발현된 지역은 경기 수원 선거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이라며 “검사는 이와 같은 피고인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형법 87조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은 오후에 재개된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