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해제되더라도 2번, 3번 하면 된다 해”

8 hours ago 2

수방사 부관 “사령관과 통화 들어”
尹, 공판 첫 공개출석… 질문엔 침묵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3차 공판 오전 재판을 마친 뒤 식사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3차 공판 오전 재판을 마친 뒤 식사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취재진 질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계엄이 해제되더라도 재차 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는 수방사령관 참모장교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계엄이 경고성·일회성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사건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수방사령관 부관(副官) 오상배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에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2번, 3번 계엄 하면 된다’고 말하는 내용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계엄 선포 직후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과 함께 지휘차에 탑승해 국회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는 당시 군용 비화통신기에 ‘대통령’ 표시가 뜬 전화를 이 전 사령관에게 넘겼고, 스피커폰은 아니었지만 윤 전 대통령의 육성 통화를 들었다고 밝혔다.

오 대위는 당시 통화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고 있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와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오 대위는 이 같은 증언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체포의 ‘체’ 자도 얘기한 적이 없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인터뷰를 보고 생각과 많이 달라 당황했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앞선 1, 2차 공판과 달리 법원 지하 주차장이 아닌 지상 출입구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 출석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수방사 간부 “체포의 ‘체’자도 안 꺼냈다는 尹측에 배신감”

尹 내란 혐의 3차 공판서 법정증언
“총 쏴서라도 본회의장 가라 지시… 尹, 수방사령관과 총 4번 통화
대답 없자 강요하듯 ‘어, 어’ 말해”… 尹측 “증인 청력, 남보다 뛰어난가”
포토라인 처음 선 尹, 묵묵부답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돼도 두 번, 세 번 계엄하면 된다”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군 간부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경고성·호소형 계엄’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 혐의 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부관인 오상배 대위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여러 차례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걸 들었다고 증언했다. ●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라” 尹-이진우 통화 증언

오 대위는 “처음에는 윤 전 대통령이 법리적으로 옳은 일을 하고서 책임을 다 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후 윤 전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체포의 체 자도 이야기한 적 없다’고 한 인터뷰를 보고 진실을 밝히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증언을 시작했다.

그는 특히 “일종의 배신감 같은 걸 느꼈다”며 “대통령이 군인은 아니지만 ‘부하를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체포조 운용 등 지시를 부인하는 윤 전 대통령 측을 보고 실망해 진술을 결심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오 대위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간 통화는 계엄 당일 네 차례 있었다. 당시 이 전 사령관과 같은 차에서 대기 중이던 오 대위는 첫 번째 전화가 왔을 때를 떠올리며 “당시 군용 비화폰에 ‘대통령’이라고 떠 이 전 사령관에게 건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사령관이 ‘다 막혀 있는데 총을 들고 담 넘어서 들어가라고 했다’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들어가고 있다”는 이 전 사령관의 말에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와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세 번째 통화에서도 “본회의장 앞까지는 갔는데 사람이 많아 접근이 어렵다”는 이 전 사령관 보고에 윤 전 대통령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오 대위는 “이 전 사령관이 충격을 받은 듯 대답을 하지 않자 윤 전 대통령이 대답을 강요하듯 ‘어, 어’라고 말했다”고 했다.

오 대위는 네 번째 통화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지 5분 내에 통화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내가 계엄 선포 전에 병력을 미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다들 반대해 일이 뜻대로 안 풀렸다’고 이야기했다”며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두 번, 세 번 계엄 하면 되니까’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증인의 청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건 아니지 않냐”며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어 “오 대위 증언과 달리 이 전 사령관은 일관되게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수방사 병력이 총을 소지하지 않았는데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라’는 지시를 대통령이 할 수 있냐”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 처음 포토라인 선 尹, 묵묵부답

이날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앞선 두 차례 공판 때는 윤 전 대통령이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비공개로 출석했으나, 8일 서울고등법원의 불허로 이날은 법원종합청사 서관 쪽 지상 출입구를 통해 출석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을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관련해서는 다음 공판기일인 19일부터 본격적으로 심리하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1일 윤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던 박정환 육군 특수전사령부 참모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다음 기일에 추가로 이어진다. 이날 박 참모장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비화폰으로 헬기 출동 사항에 대한 (윤 전 대통령의) 독촉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증언했다. 박 참모장은 12·3 비상계엄 당시 곽 전 사령관이 전투통제실에서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전화로 받을 때 옆에 동석했던 인물이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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