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대학졸업률은 남성을 앞서지만 임금과 승진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 수준인 한국의 '성별 역설' 해법을 찾기 위한 한일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한국여성기자협회(회장 하임숙)가 5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3회 한일여성기자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한일 공공·기업·미디어의 성별 다양성'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는 이혜훈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가와세 가즈히로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 등을 비롯해 양국 여성기자와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정·관계 여성 비율 세계 최하위 수준 원인 분석 △기업 내 유리천장과 고용차별 현황 △미디어 여성 과소 대표성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 OECD 평균 13.7%p 뒤져
한국은 2024년 22대 총선에서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처음 20%에 도달했지만 여전히 OECD 평균(34.0%)을 크게 밑돈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차별적 고정관념과 남성 중심 정치문화, 소극적 제도 설계가 원인"이라며 "지역구 후보 30% 공천 의무화 등 제도 개선과 여성 실질적 대표성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TBS방송 'news23' 미야모토 하루요 편집장은 일본 여성 정치인들이 겪는 성희롱 등 구조적 장벽을 전했다. 그는 "참정당 지지자 67%가 남성이고 70%가 젠더 평등 정책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제 불안이 여성·외국인 배제 논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토론에서는 김경선 한국공학대 석좌교수(전 여성가족부 차관)가 "여성 대표성 강화의 효용성을 입증하는 객관적 지표 발굴"을 제안했고, 오가와 미사 교도통신 사회부 차장은 "일본의 '도도부현판 젠더갭 지수'처럼 지역별 성평등 수준 가시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정아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은 "리더급 여성 정치인들이 동료 '대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세력을 만들려 하면 '기가 세다'고 배척당하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권 지속
윤훈상 삼정KPMG 전무는 한국 여성 대학 졸업률이 남성을 앞서지만 고용률이나 임금은 OECD 평균을 크게 밑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확보와 다양한 가족친화제도 운영, 유니레버의 여성관리직 비율 절반 이상 확대 사례를 소개하며 제도적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세키 유코 닛케이 아시아 부그룹장은 여성 이사 부재로 기관투자가들이 캐논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진 사례와 이토추 상사의 1년 만에 이례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을 끌어올린 노력을 전했다.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32년간 직장생활을 거쳐 기업 대표까지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수년째 최하위권인 한국 유리천장지수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현황 지표화를 통한 제도 개선과 인식 전환"을 제안했다.
방송국 기자 출신 히로세 유미는 자신이 겪은 출산·육아 불이익 사례를 전하며 육아휴직을 '경력 단절'이 아닌 '경력의 일부'로 보는 문화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성열 법무법인 새별 대표변호사는 "법과 제도에 강력한 제재와 실질적 인센티브를 결합해야 유리천장에 실질적 균열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취재원 비율 16.8% 그쳐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부교수는 2023년 기준 뉴스 취재원 중 여성이 16.8%에 그쳐 남성(78.5%)과 압도적 차이를 보인다며 "기자 집단의 취재원 다양화 노력과 속보 경쟁이 아닌 심층취재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국 여성 기자 비율은 증가하고 있으나 직무 분리가 여성 기자 역량 발휘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미시마 아즈사 수도권 뉴스센터장은 '젠더 평등 선언'을 바탕으로 기사 내 남녀 비율과 여성 관리직 등용 목표를 정해 정기 공표하고 사내 젠더 가이드북을 대폭 개정한 자사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노력을 통해 이제 편집국에서 일상적으로 '이 표현은 젠더 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같은 목소리가 들리게 됐다"고 전했다.
토론에서는 윤수희 KBS미디어 콘텐츠제작본부장이 '포럼S' 등 한국여성기자협회 차원의 여성 취재원 발굴 노력을 공유했고, 오카모토 사나에 교도신문 보도부 차장은 "여성 취재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미디어 내부 여성 비율 상승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웅비 BBC코리아 편집장은 '여성 출연자 비율 확대'와 '내부 여성 리더십 양성'을 축으로 하는 BBC의 '50:50 프로젝트'를 상세히 설명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