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임원이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구글 반(反)독점 재판에 나와 크롬 매각 명령이 나오면 이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오픈AI 제품 책임자 닉 털리는 이날 법정에서 법원 명령으로 구글이 크롬을 매각할 경우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증언을 이어갔다.
미 법무부 측은 구글이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갖는 독점적 지위가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AI 제품이 사용자를 자사 검색엔진으로 유도하는 또 다른 수단이 된다고 지적했다.
털리는 과거 오픈AI가 챗GPT 내 검색 기술 탑재를 위해 구글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구글은 '지나치게 많은 경쟁자가 관련될 것'이라는 이유로 오픈AI 측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챗GPT는 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을 활용하고 있다.
털리는 법무부 제안대로 구글이 경쟁사와 검색 데이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경쟁이 복원될 경우 오픈AI가 챗GPT를 개선하는 데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증언했다.
법무부는 앞서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갖는 지위가 불법 독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해소하려면 크롬 브라우저를 매각해야 한다는 게 법무부 주장이다. 법무부는 "크롬을 매각하면 경쟁사들이 막대한 양의 검색 질문에 접근해 구글과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전날 재판에선 구글이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를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는 대가로 매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는 법무부 측 주장도 제기됐다. 구글 플랫폼·기기 파트너십 부사장을 맡는 피터 피츠제럴드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스마트폰 제조사가 다른 AI 모델도 탑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구글은 크롬 매각이 극단적 주장이라고 맞섰다. 검색엔진 계약 조건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리앤 멀홀랜드 구글 규제 담당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AI 경쟁자로 떠오른 중국 딥시크와의 경쟁 상황에서 크롬 매각이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재판에서 법무부의 전례 없는 제안이 미국 소비자, 경제, 기술 리더십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