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수 최초의 사이영상이 정말 탄생하게 될까.
일본 출신의 야마모토 요시노부(27·LA 다저스)가 눈부신 역투를 펼쳐 시즌 4승째를 수확하는 동시에 평균자책을 다시 0점대로 끌어내렸다.
야마모토는 3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 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미국 프로야구 2025 메이저리그(MLB)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2볼넷 6탈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를 펼쳤다. 단 91구를 던지면서 6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특별한 위기조차 없었을 정도로 완벽한 내용이었다.
이날 호투로 야마모토는 평균자책(ERA)을 종전 1.06에서 0.90으로 다시 떨어뜨렸다. 메이저리그 부문 전체 1위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유일한 0점대 기록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진도 한 경기만에 떨쳐냈다. 앞서 야아모토는 지난달 26일 피츠버그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으로 주춤했다. 3실점은 올 시즌 최다 실점 기록. 비록 자책점은 1점에 불과했지만 무려 4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흔들렸다. 최근의 좋은 흐름이 끊기는 듯 했던 모습이다.
하지만 곧바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면서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 2위인 닉 피베타(1.78, 샌디에이고)와의 차이도 상당한 수준이다.
심기일전 한 이날 야마모토의 투구는 놀라웠다. 1~5회까지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았다. 1회와 4회 한 차례씩 마르셀 오수나에게 2개의 볼넷을 내준 것을 제외하면 안타 없이 애틀랜타 타자들을 꽁꽁 틀어막았다.
다저스 타선도 4회 윌 스미스의 희생플라이와 5회 무키 베츠의 솔로 홈런으로 야마모토에게 2점 차 리드를 안겼다.
6회 2사까지 노히트 역투를 이어갔던 야마모토는 오스틴 라일리에게 2루타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날 고전했던 오수나를 3루 땅볼 처리하면서 6회 투구를 마무리했다.
야마모토는 7회부터 커비 예이츠와 교체되면서 이날 투구를 마쳤다. 애틀랜타가 야마모토가 내려간 이후 예이츠를 공략해 맷 올슨의 홈런으로 1점을 따라 붙었다.
하지만 더이상의 추가점을 내지 못했고 9회 쏟아진 비로 경기가 한 시간 이상 지연됐다. 이후 재개된 경기서 다저스의 철벽 불펜이 가동됐고, 그대로 리드를 지켜내면서 6연승을 확정했다. 시즌 전적 22승 10패를 기록한 다저스는 2위 샌디에이고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애틀랜타는 시즌 전적 14승 17패를 기록하면서 선두 뉴욕 메츠와 경기 차이가 6.5경기로 벌어졌다.
야마모토는 이로써 동시에 시즌 4승째를 수확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또한 유일한 0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발표된 ‘4월 이달의 내셔널리그 투수’로도 선정됐다. 개막 이후 이날 경기 전인 4월까지 야아모토는 6경기 34이닝 동안 3승 2패 평균자책 1.06을 기록했고, 43개의 탈삼진을 수확했다. 9이닝 당 탈삼진은 무려 11.38개에 달한다.
지난해 야마모토는 부상 이탈로 정규시즌 18경기서 90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치면서 7승 2패 평균자책 3.00의 성적을 냈다. 준수한 성적이었지만 야마모토에 대한 기대감을 고려하면 빅리그 데뷔시즌 경기 등판 이닝과 숫자가 아쉽기도 했다.
그렇기에 야마모토가 이달의 투수로 뽑힌 것은 개인 통산 첫 번째 기록이다. 역대 일본인 투수 가운데선 노모 히데오, 아라부 히데키, 다나카 마사히로(요미우리),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에 이어 역대 5번째 기록이다.
야마모토가 이대로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일본의 선배 투수들은 물론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밟지 못한 사이영상이란 고지를 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역대 사이영상 투표에서 류현진(한화)이 2019시즌 다저스 소속으로 총점 88점을 획득해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2위에 오른 것이 역대 아시아선수 최다 득표 2위 기록이다. 2019시즌 류현진은 29경기서 182.2이닝을 던지면서 14승 5패 평균자책 2.32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당시 류현진은 1위표 1장, 2위표 10장, 3위표 8장, 4위표 7장, 5위표 3장을 받아 제이콥 디그롬(총 207점)의 만장일치 수상을 저지했다. 역대 사이영상 투표 1위표를 받은 유일한 아시아 선수이기도 했다.
아시아 선수 사이영상 역대 최다 득표와 순위 기록은 다르빗슈 유가 갖고 있다. 다르빗슈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이었던 2013년 총 93점을 얻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다.
2006년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대만 출신의 투수 왕췐밍도 사이영상 투표 2위를 기록했지만 총점은 51점에 그쳤고, 1위 표는 모두 요한 산타나가 독식한 바 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