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단축이 일부 중소기업 사이에서 청년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중심으로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주 4.5일제 등이 논의됐다면 최근에는 중소기업도 근로시간 체계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를 당연시하던 기업 문화로는 청년 인력을 붙잡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 고정 연장수당 없애고 실제 근무시간 따라 정산
디스플레이허브는 임직원 35명을 둔 전시·광고용 조명장치 제조업체다. 전광판 시공 특성상 프로젝트 마감이 몰리면 야간·휴일근로가 발생하기 쉽다. 과거 업계에서는 철야 작업을 ‘열심히 일한 증거’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강했다. 김 대표는 “마감에 쫓기면 밤새우며 일하던 걸 자랑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양해야 할 문화”라며 “현장 인력을 다른 회사보다 여유 있게 운영해 교대로 쉬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이 업체는 기술직에 적용하던 고정 연장근로수당(고정 OT)을 폐지하고 실제 일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고정 OT는 실제 연장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일정 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을 임금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서는 수당 책정이 편하다는 이유로 활용돼 왔지만, 실제 노동시간을 정확히 관리하지 못하고 장시간 근로를 고착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디스플레이허브는 업무를 빨리 마치면 조기 퇴근을 허용하고, 현장 일정이 하루 단축되면 15만 원의 별도 수당을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김규원 디스플레이허브 부사장은 “예전처럼 밤새우고 일하는 방식을 요즘 젊은 직원들은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일을 빨리 마치면 일찍 퇴근해도 된다고 하니 직원들도 더 효율적으로 일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회사 직원 8명은 지난해 5일 이상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2명은 시차 출퇴근제를, 6명은 재택근무제를 활용했다. 이밖에 7명은 가족돌봄휴가를 사용했다. 디스플레이허브는 지난해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상생 컨설팅을 받아 평가 체계와 조직관리 방식을 정비했고 올해는 임금 체계 재설계와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2단계 컨설팅을 받고 있다. 유연근무제와 관련된 정부 사업에도 지원해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 8개 사업을 통해 1억3100만 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정부는 일터혁신 컨설팅과 워라밸 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을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노사발전재단은 올해 디스플레이허브 등 5개 사업장을 찾아 실노동시간 단축 사례를 점검했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임금 체계와 근무 형태, 조직 문화가 함께 바뀔 때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다”며 “업종별 특성에 맞는 실행 가능한 모델을 계속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中企 유연근무제 활용률 11.5% 그쳐
하지만 이런 변화는 여전히 일부 사업장에 그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직원 300명 미만인 중소기업 임금근로자 중 주 5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비중은 2014년 19.6%에서 2024년 6%로 줄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2024년 기준 11.5%로 대형 사업장(36.6%)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직원 5~29명인 기업의 활용률은 9.3%, 1~4명인 기업은 1.4%에 그쳤다. 장시간 근로는 줄었지만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선택근무제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여전히 더디다는 뜻이다.
노동시장 전체로 살펴봐도 유연근무 격차는 뚜렷하다. 2024년 8월 기준 임금근로자의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15%였다. 정규직은 20.1%가 유연근무를 활용했지만 비정규직은 6.9%에 그쳤다. 유연근무 접근성은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근로시간 단축만으로는 중소기업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면 유연근무제 등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과 직무별로 근무 상황이 다른 만큼 주35시간제, 재택근무, 시차 출퇴근제 등을 기업 상황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과 업종마다 근무 상황이 다른 만큼 유연근무는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며 “주52시간 안에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를 일부 허용하는 등 새로운 조직문화를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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