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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토류 금속.(사진 출처=스탠포드 머티리얼즈 코퍼레이션) |
[홍태환 한국교통대 반도체신소재공학과 교수, 이데일리=김기덕 기자] “희토류 확보는 선택이 아닌 국가 생존 전략이다.”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방위산업,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의 안정적 확보와 자립 공급망 구축이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석유가 20세기 전략 자산이었다면 희토류는 21세기를 좌우할 패권 자산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도 희토류 광물 확보를 넘어 분리·정제, 소재화, 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全)주기 공급망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적 장벽과 막대한 투자 비용, 안정적인 원료 조달은 구조적 한계로 지목된다. 정부 차원에서 도시광산 육성 및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강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美·中 수출 전쟁에 불똥…국내 기업, 희토류 밸류체인 구축 채비
희토류는 현 산업계를 주도하는 AI와 반도체는 물론 전기차(EV), 풍력발전기, 로봇, 전투기, UAM(도심항공교통) 등 차세대 첨단산업 전반에 쓰이는 필수 소재다.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가를 승부처로 꼽히는 분야지만 현재 글로벌시장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70%, 가공과 정제 분야에선 최대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이 ‘고관세 칼날’을 휘두르자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 무기화를 통해 수출 통제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항공우주 등 희토류 수요가 많은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희토류 공급망 전쟁의 최전선에 놓여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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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토류 사업 추진하는 주요 기업 현황 |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밀며 희토류 밸류체인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LS그룹이다. LS는 전 세계 희토류 원료 공급 2위 기업인 호주 라이너스와 손잡고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한다. 이후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 LSCV를 통한 금속화, LS전선은 영구자석 생산이라는 ‘글로벌 희토류 고속도로’를 구축할 계획이다. LS에코에너지는 올 하반기부터 우주항공, 미사일 등 방산용 금속 공급을 시작으로 내년엔 로봇과 전기차(EV)용 금속까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와 협의해 체서피크시 해저케이블 공장 인근에 희토류 영구자석 완제품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말레이시아 전문기업과 분리정제 합작사업을 추진해 채굴 및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검증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동남아시아에서 확보한 원료를 바탕으로 미 기업 리엘리먼트사와 협력해 연산 3000t 규모의 희토류 분리정제 합작공장을 설립하고, 2027년 하반기부터 시범 생산, 2028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한다. 또 고려아연은 미국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폐영구자석을 고순도 희토류 산화물로 리사이클링·정제해 희토류를 생산하는 상업가동을 2027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광산 개발이 아닌 도시광산(재활용)을 기반으로 미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희토류 산업은 높은 초기 투자비에 이어 장기적 자금 투입이 요구되는데다 정제설비 구축, 높은 기술 장벽, 수요처 확보 등 까다로운 과정을 겪어야 해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양산 체계 구축과 전략산업과의 연결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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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에코에너지 베트남 생산법인(LSCV) 전경.(사진=LS에코에너지 제공) |
역발상 전략 필요…순환형 공급망 구축 해법
희토류는 17종의 원소로 구성된 만큼 산업 수요 다변화에 발맞춘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컨대 그동안 전기차 및 고효율 모터 산업 성장에 따라 네오디뮴(Nd) 기반 영구자석 중심의 산업구조가 형성돼 왔다면, 최근엔 방산, 항공우주, 바이오 생명산업 등에 쓰이는 사마륨 계열(Sm) 계열 희토류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실제 사마륨코발트(SmCo) 영구자석은 네오디뮴 자석 대비 고온 안정성, 내식성, 내구성이 우수하며,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다. 이런 이유로 장시간 고온 운용 조건이나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에서는 SmCo 자석이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런 희토류를 개발하고 수요처를 확보한다면 공급망 리스크를 분산하고 전략산업 대응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희토류 자원 확보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정형화된 접근을 넘어서는 ‘역발상 전략’이 요구된다. 해외 광산 지분 확보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에코디자인 기반의 도시광산, 산업 부산물 회수와 재활용, 저품위 자원의 경제성 확보 기술, 동맹국 간 공동 정제 및 분리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공급원을 다변화할 수 있어서다. 사용 후 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순환형 공급망 구축을 법제화하고, 재원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태환 한국교통대 반도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향후 희토류 산업의 경쟁력은 무엇을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어떤 공급망을 설계하고 제도화한 것이 중요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수요 창출을 위한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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