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가짜 '국유기업·신용등급' 단속 나섰다

1 week ago 10

중국 정부가 산업계 전반에 뿌리내린 ‘짝퉁 국유기업’과 ‘짝퉁 신용등급’ 문제에 칼을 빼 들었다. 국유기업 간판을 허위로 내걸고 투자를 유치하거나 기업 재무 상태와 동떨어진 신용등급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중국 매체 제일재경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당국에 가짜 국유기업으로 확인된 곳은 1534개였다. 이 중 78%인 1193곳은 지금도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발되지 않은 기업까지 합하면 가짜 국유기업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국유기업은 다른 기업과의 협력 및 투자자 유치에서 강력한 인센티브를 갖는다. 인프라 건설부터 부동산 개발까지 참여 우선권을 보유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국유기업을 사실상 국가의 대리자로 인식한다.

가짜 국유기업이 일으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 간쑤성 주취안 경찰은 국유기업으로 위장한 페이퍼컴퍼니가 4300억위안(약 95조원) 규모의 국가급 프로젝트를 내세워 전국 20개 기업에서 보증금 4000여만위안을 가로챈 사건을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200위안(약 4만4000원)짜리 위조 인감과 허위 사업 설명서를 내걸었다.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인감과 등록 자료를 위조해 국유기업 자회사로 포장하는 방식이 많았다. 단속이 강화되자 지분 대리 보유, 명의 대여 등을 통해 국유기업이 실제로 지배주주에 올라가는 사례도 있다. 경영권은 민간이 갖고 있으면서도 모종의 대가를 지불하고 국유기업의 ‘명의’를 빌리는 방식이다. 일부 국유기업은 추가 수익을 위해 이름을 빌려준다.

이에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공식 홈페이지에 가짜 국유기업 신고 플랫폼을 열었다. 일반인의 의심 사례 신고를 늘리기 위해서다.

또 최근 중국 당국은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받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재무 점검에 나섰다. 해당 수준의 재무 구조를 갖추지 않았는데도 최고 신용등급을 받은 기업이 많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신용평가사에도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채권을 발행하는 중국 기업 6000여 곳 가운데 27%가 AAA, 32%가 AA+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중국에서 발행된 회사채 중에는 90% 이상이 AAA, AA 등급으로 평가됐다. 내수 경기 침체로 기업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와중에 최상위권 신용등급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규제당국은 이 같은 시스템이 채권시장에서 ‘위험 신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 강등이 28건 이뤄져 지난해 전체 건수(9건)를 크게 넘어섰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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