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 스타트업 한국의 6배
압도적 자본과 인력 투입해
광학칩·자율주행 기술 선도
"중국에선 혁신에 재무적 잣대를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는 '공학자적 사고'가 이미 보편적인 상식입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투자에서도 당장의 실패 위험보다는 그 기술이 가진 파괴적 잠재력을 우선시하죠."
중국 선전에서 만난 왕하이취안 정쉬안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확인에 찬 말을 했다. 그는 중국 전기차 신화인 BYD의 창립 멤버로 현재 2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중국 AI 생태계의 산증인이다. 그의 진단처럼 오늘날 중국 AI 산업은 글로벌 빅테크가 놓친 전문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정밀한 물량공세'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테크 표준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됐다는 점이다. 내수 시장에 머물던 과거와 달리, 특정 기술 영역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지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상하이 본사에서 만난 증강현실(AR) 글라스 제조사인 '엑스리얼'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테크 기업이 범용 기기에 매달릴 때, 이들은 '광학칩'과 '착용감'이라는 본질적 문제에 집중했다. 인즈창 엑스리얼 아태 총괄은 "사용자의 어지러움을 최소화하는 광학기술 하나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그 결과 엑스리얼은 현재 삼성전자와 함께 구글의 차세대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XR'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협력 중이다. 차세대 제품 '오로라'는 손동작과 음성만으로 제어되는 AI 인터페이스를 구현해 스마트폰을 이을 개인용 전자기기로 꼽힌다.
자율주행 AI 기업 '모멘타' 역시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 2016년 설립 당시 자율주행 회의론이 팽배했지만, 이들은 양산 차량의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을 고도화하는 구조를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현재 모멘타는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GM 같은 글로벌 완성차 거물들을 고객사로 줄 세우며 자율주행 표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깊게 파기' 전략을 뒷받침하는 것은 압도적 자본과 인력의 결합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1조위안(약 216조원) 규모의 첨단 스타트업 전용 창업기금 출범을 공식화했다. 이 자금은 단기적 수익 회수보다 장기적 기술 공급망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인적자원 공급량은 압도적이다. 왕 대표는 "중국에서 매년 배출되는 300만명의 공학 전공 졸업생들에게 창업은 이제 1순위 진로"라고 전했다.
중국 AI 생태계의 저력은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스탠퍼드 AI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50만달러(약 22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AI 스타트업 수가 누적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1605개에 달한다. 한국 270개보다 6배나 많은 수치다.
[선전·상하이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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