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휴대전화 대리점들이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며 SK텔레콤 신규 가입 판촉행위를 독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심칩 수량 부족으로 무상 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논란을 빚는 가운데 기존 고객들은 ‘신규 고객용 유심만 따로 빼놓은 것이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SK텔레콤 신규 고객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판촉 행사를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SK텔레콤 해킹 사고 발생 이후 기존 가입자가 대거 이탈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SK텔레콤 가입 조건으로 스마트폰을 30만~70만원가량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우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서울 마포구의 한 매장에선 소셜미디어 등에 ‘SK텔레콤 번호이동 역대급 가격’ 등의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SK텔레콤으로 통신사를 옮길 경우 20만원을 현금으로 주겠다”고 공지했다. 최신형 스마트폰인 삼성 갤럭시 S25로 바꿔주고 현금까지 추가로 얻어갈 수 있다고 홍보했다. 경기 화성의 다른 매장은 “신규 고객용 유심칩을 따로 빼놨다”며 “유심칩 대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SK텔레콤 대리점에서 유심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기존 가입자들이 제때 유심칩을 바꾸지 못하는 상황과 대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틀 동안 전국 매장에선 SK텔레콤 기존 가입자들이 오전 일찍 매장을 찾아 줄을 서가면서 유심칩을 바꾸려 했지만, 유심 부족으로 발길을 돌린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때문에 일부 대리점주들은 유심을 교체하러 온 이들에게 “차라리 통신사를 옮기는 것이 더 현명하다”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SK텔레콤 유심칩 사태’로 타 통신사로 이동하는 행렬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추세다. 해킹 사태로 인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기존 SK텔레콤 가입자들이 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이다. 유심칩 교체를 공식적으로 한 첫날인 지난 28일 기존 SK텔레콤 가입자 3만4132명이 KT·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이동했다. SK텔레콤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가 2만399명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가 1만3733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SK텔레콤 가입자 이탈 명수는 200명 내외였지만, 이달 26일 1665명이 이탈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LG유플러스 대리점 관계자는 “28일 하루에만 12개 대리점에서 40명의 고객이 번호이동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부도 단속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다”며 “단통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할 사례가 발견될 경우 휴대전화 유통점에 대한 조사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기 보조금 등 수단으로 고객 이탈을 방어하는 것은 시장 교란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