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달 실트론 매각 여부 결론… AI 반도체 호황속 막판 고심

2 hours ago 3

웨이퍼 수급난 발생시 대응 어렵고 먼저 매각한 기업들 가치 올라 부담
두산과 마무리 협상 앞두고 신중
“철회땐 신뢰 상실” 우려 목소리도

SK그룹 최고위 경영진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SK실트론 매각 여부를 이달 내로 최종 결정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에 따른 웨이퍼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진 데다, 앞서 매각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기업가치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SK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반면 거래를 깰 경우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어 막판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두산그룹과의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이달 내에 마무리하고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매각 입찰을 진행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AI 반도체 호황으로 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자 5조 원 안팎이던 매각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하며 반년 넘게 협상을 이어왔다.

매각 결정을 지연시키는 핵심 요인은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웨이퍼 수급난 우려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전 세계 실리콘 웨이퍼(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의 기본 기판) 출하량은 32억7500만 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13.1% 급증했다. 특히 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12인치(300mm) 웨이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실트론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약 17.8%)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핵심 자산이다.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 인수 이전에는 SK하이닉스 역시 반도체 호황기마다 웨이퍼 시장을 지배하는 일본계 기업들에 물량을 의존해야 했고, 수급난으로 팹(Fab) 가동 위기를 겪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실트론을 외부로 매각할 경우 향후 수급난 발생 시 경쟁사 대비 비싼 가격에 웨이퍼를 사와야 하거나, 필요한 만큼 물량을 확보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불거지고 있다.

앞서 매각한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한 것 역시 경영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SK그룹은 2024년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반도체 전공정 소모품 업체인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현 솔믹스)를 3300억 원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불과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이를 TKG태광에 5400억 원에 재매각하며 20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 SK스페셜티 등도 매각 직후 AI 랠리를 타고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가 누적된 상태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도 기류 변화를 이끌었다. 그룹 전체의 유동성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흑자를 내는 핵심 반도체 소재 계열사를 굳이 서둘러 팔아야 할 시급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론 역시 만만치 않다. 공식적인 입찰 절차를 거쳐 대기업인 두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과 내부 자금 사정 변화를 이유로 거래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경우 자본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