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 수급난 발생시 대응 어렵고 먼저 매각한 기업들 가치 올라 부담
두산과 마무리 협상 앞두고 신중
“철회땐 신뢰 상실” 우려 목소리도

2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두산그룹과의 SK실트론 매각 협상을 이달 내에 마무리하고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부터 매각 입찰을 진행했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AI 반도체 호황으로 실트론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되자 5조 원 안팎이던 매각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논의하며 반년 넘게 협상을 이어왔다.

앞서 매각한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가치가 상승한 것 역시 경영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SK그룹은 2024년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반도체 전공정 소모품 업체인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현 솔믹스)를 3300억 원에 매각했다. 한앤컴퍼니는 불과 1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이를 TKG태광에 5400억 원에 재매각하며 20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 반도체용 특수가스업체 SK스페셜티 등도 매각 직후 AI 랠리를 타고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그룹 내부적으로 ‘헐값 매각’에 대한 우려가 누적된 상태다.
특히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도 기류 변화를 이끌었다. 그룹 전체의 유동성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흑자를 내는 핵심 반도체 소재 계열사를 굳이 서둘러 팔아야 할 시급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현실론 역시 만만치 않다. 공식적인 입찰 절차를 거쳐 대기업인 두산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실사와 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과 내부 자금 사정 변화를 이유로 거래를 일방적으로 철회할 경우 자본시장의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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