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물을 잘 안 먹는 건 걱정거리다. 음수량이 너무 적으면 혈액이 원활히 돌지 않아 장기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 대표적인 질병이 신부전과 췌장염이다. 그런데 갑자기 물을 너무 많이 먹어도 좋지 않다. 몸 어딘가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 개 수리는 물을 잘 안 먹는다. 음수량이 적으면 방광 내 슬러지(침전물)가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쌓여 요로 결석을 일으키기 쉽다. 수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년간 치료를 받고 처방 사료를 먹으며 겨우 나았다. 그때부터 물 먹이기 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요즘엔 수리의 음수량이 과하게 늘어 또 걱정이다. 물을 너무 많이 먹어도 몸에 탈이 난 것일 수 있어서다.
반려동물의 일일 권장 음수량은 킬로그램당 50~60㎖다. 몸무게가 5㎏인 수리는 하루에 250~300㎖를 마시면 적절하다.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자연스럽기는 해도, 그 양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24시간 기준으로 몸무게당 100㎖ 이상을 마시는 것이 관찰되었다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이런 경우 개는 당뇨병과 자궁축농증을, 고양이는 당뇨병 또는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진단받는 사례가 많다.
△당뇨병은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체내 수분을 같이 배출해 소변량을 늘린다. 이로 인해 몸속 수분이 부족해져 갈증을 느끼고 물을 찾게 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신진대사가 빨라지면서 물을 많이 마신다. 한편, 노령견이라면 쿠싱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쿠싱증후군은 체내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잉 분비되는 질병으로, 소변 농축 능력이 떨어져 소변량이 늘고 이에 따라 갈증을 느끼고 과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신부전일 경우에도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분량이 늘어 물을 많이 마시게 된다. 만일 반려동물이 암컷으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자궁축농증 초기일 가능성도 있다. 자궁축농증은 체내 염증 반응으로 수분 밸런스가 깨지고 갈증을 불러 물을 많이 마시게 만든다. 특히 개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밖에도 스테로이드나 이뇨제 같은 △약물 부작용으로, 간 기능 저하나 요붕증, 고칼슘혈증 등의 질환으로 인해 음수량이 증가할 수도 있다.
날이 더워서, 신나게 뛰어 놀아서 물을 많이 먹는 것은 당연하다. 또 염분이 높은 간식을 먹거나 임신 중 또는 수유 중이라면 음수량이 늘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잘 살펴야 한다.
반려동물의 음수량은 어떻게 확인할까? 빈 생수통을 준비해 반려동물의 체중에 맞게 1일 권장 음수량을 채운 뒤 나누어 급여하고, 24시간이 지났을 때 생수통에 남은 물의 양을 체크하면 된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프리픽]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97호(25.09.1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