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등의 잎채소에 있는 박테리아가 젊은 대장암 환자 증가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보건 당국은 설사를 유발하는 세균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에서는 오염된 상추에서 흔히 발견되는 대장균의 변종 감염률이 7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대장균 감염 증가는 50세 미만에서 나타나는 원인 불명의 대장암 유행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장균 급증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비롯해 여러가지 이유를 꼽고 있다. 그중 영국인들이 샌드위치나 포장 샐러드 등을 통해 상추를 더 많이 섭취하게 된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연구에 따르면 잎채소는 전체 대장균 집단 감염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작년에는 280명 이상이 STEC라는 변종 대장균에 감염됐는데, 오염된 상추가 든 즉석 샌드위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상추의 질감이 박테리아가 잘 달라붙게 만들고, 상추는 대부분 조리하지 않고 먹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감염병 권위자인 폴 헌터 교수는 “상추를 키울 때 주는 물이 오염된 상태로 잎에 그대로 남게 된다”며 “상추 잎의 주름지고 흡착력 높은 표면은 대장균을 씻어내기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상추 외에 다른 채소는 주로 먹기 전에 껍질을 벗기거나 조리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낮다고 했다. 오이, 토마토, 피망 등도 익히지 않지만 땅에서 떨어진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오염된다고 설명했다.헌터 교수가 참여한 연구팀은 상추와 관련된 35건의 STEC 감염 사례를 분석했는데, 이 중 8건은 야채 가공 과정에서 ‘부실한 위생 관행’이 원인이었고, 6건은 재배지 인근의 동물 배설물과 연관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잦아진 따뜻하고 습한 날씨가 STEC 번식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한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의 폭염’ 후 내린 많은 비로 인해 오염된 토양이 물과 섞여 작물에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스코틀랜드 농촌대학(SRUC) 연구 책임자 아이린 월 교수는 “비가 배설물로 오염된 물을 상추 잎에 튀기게 만들고, 따뜻한 온도는 세균 번식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염 보고 체계의 강화로 인해 통계가 증가하는 것도 대장균 감염 사례가 늘어나는 것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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