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O 방벽' 루마니아·폴란드, 대선서 친EU 승리…러 견제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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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이 19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유럽 성향의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이 19일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쪽 방벽에 해당하는 루마니아와 폴란드 대선(1차 투표)에서 ‘친유럽연합(EU)’ 후보가 승리했다. NATO와 EU의 러시아 견제와 우크라이나 지원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투갈 총선에서도 친EU·중도우파 정당이 승리했다.

◇ 대역전 드라마 쓴 루마니아

18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루마니아 대선 결선투표에서 친EU 성향의 니쿠쇼르 단 부쿠레슈티 시장이 54.1%(개표율 99%)를 얻어 당선을 확정 지었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제1야당 결속동맹(AUR) 대표인 조르제 시미온 후보(득표율 45.9%)를 8.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지난 4일 1차 투표에선 시미온 후보가 득표율 41%로 단 후보(21%)를 압도했는데 결선에서 판세가 뒤집혔다. ‘반극우’ 정서가 확산하며 투표율이 1차투표 때 53%에서 결선투표 때 64%로 급등한 덕분이다. 단 당선자는 승리 직후 “루마니아 국민의 공동체가 선거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18일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부인과 함께 폴란드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폴란드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부인과 함께 폴란드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연합뉴스

1차투표 직후 루마니아는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았다. 1차투표 1위에 오른 시미온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를 본뜬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친트럼프 성향을 보였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비판하고 EU 지도부에 비판적이었다. 러시아와의 연계 의혹도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가 1차투표에서 승리하자 CNN은 “NATO 동부 지역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루마니아는 EU와 NATO 회원국으로 NATO 기지 두 개와 미국 미사일 방어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함께 NATO 동쪽 방벽으로 여겨졌다. 단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사적 승리”라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루마니아 국민이 강력한 유럽 안에서 개방된 루마니아의 번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 폴란드 대선 1차투표 ‘박빙’

'NATO 방벽' 루마니아·폴란드, 대선서 친EU 승리…러 견제 탄력

폴란드 대선 1차투표에선 집권 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날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공영 TVP 방송 출구조사에서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 시민플랫폼(PO) 후보가 30.8%, 민족주의 우파 야당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받는 무소속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가 29.1%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됐다. 1차에서 득표율 50%를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다음달 1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달 13∼15일 TVP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선 트샤스코프스키 후보가 지지율 49%로 나브로츠키 후보(45%)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은 2023년 집권 이후 친EU 노선을 추진해온 중도 자유주의 성향의 집권 여당과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PiS 간 맞대결 구도였다. PO는 연립정부를 주도하는 세력 중 가장 크며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대표를 맡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고 2018년부터 바르샤바 시장으로 재직 중인 트샤스코프스키는 유세에서 이번 선거를 서방 자유주의와 동유럽식 민족주의 사이의 선택으로 규정했다. 러시아에도 비판적이다. 보수 역사학자인 나브로츠키 후보도 러시아에 비판적인 것은 비슷하지만 친트럼프 성향이 강하고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반대하는 등 EU 노선과는 결이 다르다.

이날 치러진 포르투갈 조기 총선에선 루이스 몬테네그루 총리의 사회민주당(PSD)이 이끄는 중도우파 민주동맹 그룹이 의회 230석 중 89석을 확보해 1위를 차지했다. 민주동맹은 다른 중도 소수 정당과 협력해 최근 급부상한 극우 정당 ‘셰가’를 따돌렸다.

‘유럽의 슈퍼 선데이’로 불린 이날 3개국 선거에서 중도우파, 친EU 성향의 정당이 나란히 승리를 거뒀다. 특히 루마니아와 폴란드 대선 결과로 EU는 러시아에 맞서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개국 선거에선 ‘극우 후보만은 안 된다’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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