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대학→사무직 취업→승진’이 성공 경로처럼 여겨졌지만 최근 그 공식이 자연스럽게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빠르게 보급되며 사무직은 더 이상 안정의 상징이 아니게 됐고, 반대로 생산·기술직은 자동화가 도입됐음에도 사람의 판단과 숙련이 여전히 핵심인 영역으로 남아있다. 이 변화는 청년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고 있다.
Z세대는 ‘직업의 체면’보다 ‘삶의 실용’을 우선시하는 세대다. 정해진 경로보다 ‘어떤 일이 내 삶을 안정시키는가’ ‘어떤 직무가 더 명확한 보상을 주는가’라는 기준으로 직업을 판단한다. 그 관점에서 개선된 근무환경과 디지털 기반 업무, 투입한 만큼 보상이 돌아오는 구조를 갖춘 블루칼라(blue collar·생산직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 직무는 경쟁력 있는 경로로 재평가되고 있다.
채용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올해 초 Z세대 160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3%가 블루칼라 직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유는 1위 ‘높은 연봉’, 2위는 ‘기술 기반의 고용 안정성’이었다. 안정성의 개념도 달라졌다. 한 회사에 오래 다니는 안정이 아니라 ‘내 기술이 여러 곳에서 나를 불러줄 수 있는가’가 기준이 됐다.
현장의 변화도 이런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제조업 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자동화·로봇 설비가 도입돼 일의 강도가 낮아지고, 안전·복지·시설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현재 생산 현장은 디지털 모니터링과 공정 제어 등 사무·기술 업무의 요소가 결합된 형태에 가깝다. 기술 기반 블루칼라 직무를 새로운 형태의 전문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보상의 명확도 역시 Z세대에게 중요한 기준이다. 사무직의 평가·보상이 상대적으로 불투명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반면 생산·기술직은 교대수당, 특근수당, 성과급 등의 구조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다. 시간과 노력이 곧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공정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Z세대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물론 이 흐름이 모든 산업과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종은 자동화 속도가 더 빠르고, 중소 제조업은 지역·환경·복지 측면에서 여전히 편차가 크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다. 최근 제조업 기업이 생산직 채용에 브랜딩 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장 영상 공개, 직무 인터뷰, 실제 근무환경 소개가 늘어나는 것은 구직자의 판단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흐름이다.
Z세대의 변화는 거창한 사회 담론이 아니라 현실을 빠르게 읽는 세대가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해내는 방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AI 도입 이후 일자리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 그들은 체면보다 실용을, 불확실성보다 예측 가능성을 선택하고 있다. 블루칼라 직무는 그 선택의 중심에서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 days ago
2
![[사설]국내 투자 속도 내는 기업들… ‘산업 공동화 극복’도 원팀으로](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9064.1.png)
![[천광암 칼럼]“내 돈 내놓으라”는 남욱… 이래도 “성공한 재판”인가](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9031.1.jpg)
![징병제로 회귀하는 유럽[횡설수설/신광영]](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9027.1.jpg)
![[오늘과 내일/김윤종]정권 바뀌면 반복되는 ‘수사지휘 데자뷔’](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9009.1.png)
![[광화문에서/조권형]‘생활비 정치’로 뜬 맘다니… 우리도 생활 정치 대결돼야](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8999.1.jpg)
![[월요 초대석]“젊은 과학자 年200명 지원… 최소 5년은 AI에 마중물 역할 할 것”](https://dimg.donga.com/wps/NEWS/IMAGE/2025/11/16/132778983.1.jpg)
!["AI로 한달만에 게임 개발"…아폴로스튜디오, 시드투자 유치 [고은이의 VC 투자노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510/01.42112865.1.jpg)

![[단독] 동해심해가스전 2차 시추 ‘청신호’...우선협상대상자로 BP 잠정 선정](https://pimg.mk.co.kr/news/cms/202510/20/news-p.v1.20251020.b5f031217f1e4278b195301c32351064_R.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