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보다 나이 많은 '이 제도' … 지정·해제 때마다 논란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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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01 07:00 수정2025.04.01 07:00

‘MZ’보다 나이 많은 ‘이 제도’ … 지정·해제 때마다 논란 반복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토지거래허가제다. 한 달 사이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지정이 반복되면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강남과 송파구 인근 아파트 305곳 중 291곳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후 다시 한 달 만에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와 용산구 내 모든 아파트로 확대 재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 제도가 도입된 1978년부터 40여년간 지정과 해제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전경. 김범준 기자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전경. 김범준 기자

◆40여년간 지정 해제 반복

토지거래허가제는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이 급격히 오를 우려가 있는 지역의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1978년 처음 도입됐다. 1970년대부터 경부고속도로 개통 등 수도권과 영남권을 중심으로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투기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나 국토 개발 계획을 미리 알고 토지를 미리 사들이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제도가 최초 시행된 곳은 서울이 아닌 대전이었다. 1985년 충남 대덕연구단지 개발 지역 29㎢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1993년에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되며 전 국토의 93.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며 금융권에서 나온 자금이 부동산으로 쏠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현대사아카이브 제공

대덕연구개발특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현대사아카이브 제공

이후에도 해제와 지정은 반복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 정부는 침체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전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모두 해제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다시 전체 개발제한구역 5397㎢를 허가구역으로 정했다.

해당 기간 헌법재판소에 두 번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신청됐다. 헌법재판소는 1989년과 1997년 모두 토지거래허가제가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토지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재산권에 비해 광범위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에서다. 투기적 토지거래의 억제를 위해 토지의 처분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라 보기 어렵고, 과잉 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도 본 것이다.

2010년대 들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0년 전체 국토 면적의 5.58%(5600㎢) 수준이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2018년 3월 기준 0.39%(396㎢)까지 줄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은…

2020년대 들어 다시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20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카드로 꺼내 들면서다.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 대치동, 청담동 내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했다. 제도 시행의 주 대상이 토지가 아닌 아파트 등 주택이 된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

지난 3월 19일에는 강남3구와 용산구 전 지역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됐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이기도 한 지역이다. 앞으로 이들 지역에서 아파트(대지면적 6㎡ 이상)를 살 때는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해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내 처분하는 경우에만 거래가 가능하다. 분양권과 입주권에도 규제가 똑같이 적용된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혁 기자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혁 기자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며 당분간은 집값이 내리는 효과가 있을 거라 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강남3구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한 주 전보다 0.11% 올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되기 전인 셋째 주(0.25%)보다 오름폭이 축소됐다. 특히 송파구는 일주일 전보다 0.03% 떨어지며 하락 전환했다. 지난해 2월부터 약 13개월간 상승세가 이어지던 지역이다. 이번에 새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용산구(0.34%→0.18%)도 상승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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