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 기술철학 발표 어느덧 1년, 여전히 ‘부족한 공감대’…“뼈대가 좋더라도 살이 없으면 의미 없어” [MK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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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

지난해 6월 20일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축구만의 고유성을 담은 기술철학 ‘MIK(Made In Korea)’를 발표했다.

축구협회는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축구협회는 “한국축구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함께 지향해야 할 방향과 지침을 마련했다. 축구협회의 기술계획 수립에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의 강점, 약점, 특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것’을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MIK’에 대해 발표회를 가졌다. 이임생 전 이사는 A대표팀부터 각 급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과 연속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까지 A대표팀과 각 연령별 대표팀은 별개로 움직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를 것”이라며 “A대표팀의 철학에 따라서 연령별 대표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축구의 트렌드를 계속해서 추구할 것이다. 한국축구에 맞는 부분을 찾아가고,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면서 일관된 방향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MIK(Made In Korea)’ 기술철학.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MIK(Made In Korea)’ 기술철학. 사진=대한축구협회

‘MIK’의 목표 또한 명확했다. 2033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진입과 함께 장기적으로 월드컵 4강 이상의 전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한국축구 최고 성적(월드컵 4강) 그 이상을 바라본다.

‘MIK’가 화두에 오른 시점은 지난해 7월 홍명보 A 대표팀 감독 선임 당시다. 홍명보 감독은 “과거 축구협회 행정 업무를 맡으면서 기술철학에 대해 관심이 컸다. 마무리 짓고 나오진 못했다. 각 급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대표팀의 향후 철학에 대해 “중요한 전환 시기에 놓여있다. 국제대회에서 성과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축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MIK’가 공개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축구의 방향과 체계를 세밀하게 수립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A대표팀 부임 후 ‘MIK’ 기술철학 워크숍을 진행한 홍명보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해 A대표팀 부임 후 ‘MIK’ 기술철학 워크숍을 진행한 홍명보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 선임 후 본격적으로 ‘MIK’ 수립에 나섰다. 워크숍을 개최해 각 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과 코치진을 만났다. ▲한국축구 방향성과 체계 수립, ▲K리그의 중요성 인식, ▲유망주 발굴 및 유소년 시스템의 발전과 상호 작용 등을 강조했다.

‘MIK’가 공개된 지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동안 A대표팀부터 각 급 연령별 대표팀 간의 연계성과 연속성을 강조해 왔지만, 뚜렷한 변화를 체감하기 힘들다.

더욱이 A대표팀의 미래 자원이 활약할 U-22 대표팀은 1년의 공백기를 깨고 최근에야 이민성 감독 체제에서 출항을 알렸다.

한국축구만의 ‘우리의 것’을 찾기 위해서는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이제 각 급 연령별 대표팀의 사령탑이 모두 정해졌다. A대표팀 홍명보 감독, U-22 이민성 감독, U-20 이창원 감독, U-17 백기태 감독이 선임됐다. 여자축구에는 A대표팀 신상우 감독, U-20 박윤정 감독, U-17 김은정 감독이 이끈다. 각 급 연령별 대표팀의 감독들이 연계성과 연속성을 위해 어떻게 협력할지 주목된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A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민성 U-22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민성 U-22 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민성 감독은 지난 4일 강원도 원주 인터불고 호텔 헤르메스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A대표팀과 연속성에 대해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대표팀은 한국축구의 가장 중요한 팀이다. U-22 대표 선수를 필요로 한다면, 무조건 보내야 한다. A대표팀이 최우선. 나는 더 많은 선수를 A대표팀에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역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리고 5일 U-22 호주 대표팀과 친선 경기 후에는 “부임 후 홍명보 감독과 통화했다. 6월 A매치 후 만남을 가질 예정”이라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서로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이를 맞춰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아직 ‘MIK’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 한국축구만의 기술철학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더라도 현장에서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축구협회 김승희 전무이사와 이장관 기술위원장은 입을 모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김승희 전무이사는 “축구협회 내부부터 ‘MIK’에 대해 깊이 알아가야 한다. 각 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부터 K리그 내 모든 지도자, 선수 그리고 미래를 향해 달리는 초·중·고등부와 대학교 지도자, 선수까지 공감이 필요하다”라며 “축구협회의 움직임이 중요할 것이다. 현재 기술 파트에서 많은 부분을 준비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상위기관이지만, 기술철학에 대해 가르치는 입장은 아니다. 각 팀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MIK’를 잘 녹일 수 있도록 함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각 팀이 좋은 축구를 보여주면서도, 축구협회는 대표팀의 열매가 더 알차게 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장관 기술위원장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MIK’는 이전부터 이어온 프로젝트다. 공감대 형성이 더 필요하다. 축구협회에서 현장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며 “뼈대가 잘 되어 있더라도, 살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계획인 만큼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게임 모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최근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가 많이 낮아졌다. U-22 대표팀 나이의 선수가 곧바로 A대표팀으로 향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선수들이 어느 팀에서 뛰든 같은 팀에서 뛰는 것과 같은 환경이 필요하다. 각 급 연령별 대표팀 감독직 또한 마찬가지다. 어떤 인물이 지휘봉을 잡더라도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리는 만큼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도록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2025년도 대한축구협회의 사업계획 중 일부.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년도 대한축구협회의 사업계획 중 일부.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년도 대한축구협회의 사업계획 중 일부. 사진=대한축구협회

2025년도 대한축구협회의 사업계획 중 일부.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의 ‘2025년 사업계획’에는 3가지 가치(▲대표 : 국가대표 경쟁력 강화, ▲책임 : 대회 및 리그 정책 기획 기능 강화, ▲육성 : 한국축구 자생력 강화)와 함께 9대 핵심 목표가 설정되어 있다.

올해 핵심목표 중 하나가 ‘한국축구 기술철학 강화’다. 지난해 기술철학을 정립했다면, 올해는 이를 시행해 강화하고, 내년 현장 적용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명보호는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지난 6일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차전에서 이라크를 2-0으로 꺾었다.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본선 티켓을 따냈다. 3차 예선 최종전(10차전)이 남았지만, 5승 4무의 성적으로 아직 무패를 기록 중이다.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의 사령탑에 오른지도 1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MIK’에 대해 강조해 온 만큼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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