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본격 조사 나서자 부담
‘승자의 저주’ 우려도 한몫한듯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더 이상 매수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먼저 적대적 공개매수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MBK는 9일 입장문을 통해 “고려아연의 주당 83만 원, 영풍정밀 주당 3만 원의 공개매수 가격은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며 “두 회사의 공개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가격 그 이상의 가격 경쟁은 고려아연·영풍정밀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준다”고 덧붙였다.
MBK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감독원 등 정부가 이 문제에 개입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주식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이 ‘승자의 저주’로 가는 길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 상대방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더 이상 추가 인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올려 왔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1주당 66만 원에 매입하겠다고 했고 주식 가격이 급등하자 곧바로 75만 원으로 올렸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에 나섰고 주당 83만 원을 제시했다. 그러자 영풍·MBK 연합 측도 다시 83만 원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고려아연의 주가는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직전(9월 12일) 대비 39.6% 상승했다. 주가가 과열되자 8일 금융감독원이 분쟁 개입에 나섰다.영풍·MBK가 금감원의 개입 직후 ‘공개매수가 동결’을 선언한 것은 최 회장 측이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 회장 측은 “MBK의 행위는 시장질서 교란 행위이며 회사의 적법하고 유효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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