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美 제련소 ‘최대주주’ 행사 논란… “홈플러스 사태와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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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파트너스·영풍 프로젝트 크루서블 리셉션 초청장.

MBK파트너스·영풍 프로젝트 크루서블 리셉션 초청장.
절차를 문제 삼으면서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미국 제련소 사업을 비판해 온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미국에서는 해당 프로젝트를 앞세운 행사를 개최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행사와 관련해 사업 주체인 고려아연과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MBK와 영풍은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한 호텔에서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 관련 리셉션을 개최했다.

해당 행사에는 윤종하 MBK 부회장과 MBK·영풍 측 관계자, 미국 현지 로비업체 관계자, 테네시주 지역 인사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서 MBK와 영풍은 자신들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그룹이라고 소개하면서 사업에 대한 지원과 협력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일대에 약 11조 원을 투입해 비철금속과 핵심 광물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전쟁부, 상무부 등)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합작법인(크루서블JV) 형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미국 중심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과 이를 통한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MBK와 영풍은 그동안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 추진에 반대되는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프로젝트 크루서블 추진을 발표한 직후부터 사업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고려아연은 프로젝트 초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정부 등이 참여하는 합작법인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MBK와 영풍은 해당 유상증자가 경영상 필요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성격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까지 신청했다. 당시 MBK와 영풍 측은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될 수 있고 다른 자금조달 수단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사업 추진에 필요한 경영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고려아연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사업에 제동을 걸던 MBK와 영풍이 미국에서는 행사까지 열면서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행사는 고려아연과 별도 사전 협의가 없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은 행사 행사 개최와 참석자, 발표 내용 등을 사전에 공유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MBK 측은 “미국 제련소 사업의 전략적 가치를 부인하거나 반대한 적이 없다”며 “가처분을 제기했던 것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대주주를 배제한 채 추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과 의사결정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미국 현지 주정부와 정관계 인사들이 제련소 노하우와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향후에도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자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MBK·영풍이 미국 정부와 지역사회에 최대주주로서 입장을 설명하고 향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MBK가 한국기업투자홀딩스 등을 통해 스콰이어 패튼 보그스, 더 매키언 그룹, 체크메이트 퍼블릭 어페어스 등 미국 로비업체를 선임한 것도 현지 정부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 “성격과 주체 다른 투자 건”

MBK의 경우 고려아연 최대주주 위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홈플러스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현재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한 현안에 직면해 있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뒤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청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회사는 운영자금 부족을 이유로 지난 13일부터 전국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회생계획 이행을 위해서는 약 2000억 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금융그룹과 MBK는 보증 범위와 자금 분담 방식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양측 의견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MBK 경영진 간 면담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김광일 MBK 부회장과 면담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정 조정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MBK의 홈플러스 투자와 회생 대응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대주주의 추가 지원과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MBK는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은 별개 투자 건이라는 입장이다. MBK 측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은 고려아연 투자 건과는 전혀 다른 투자사의 현안”이라며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성격과 주체가 다른 두 사안을 연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고려아연이 별개 투자 건인 것은 맞지만 두 기업 모두 MBK가 대주주로 있는데 이중 한 기업이 파산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이라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며 “미국에서 진행한 제련소 사업 관련 행사가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들과 관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지만 사업 주체인 고려아연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만큼 향후 역할과 협력 방식에 대한 설명도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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