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해도 회사는 그대로라는데…내 일자리도 그대로일까?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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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은 유지돼도 구조조정 불안 커져
‘고용보장 협약’ 요구하는 노조 늘어
인수자 설득·압박에 흔들리는 조직
기업은 절차 지연·무산 우려…신중한 조율 필요
현실성 있는 타협 없인 ‘노사 공멸’ 부를 수도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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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수·합병(M&A)은 단일한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법적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인수 방식에 따라 기업의 법인격이나 고용관계 유지 여부 등 근로자에게 미치는 법적 영향이 크게 달라진다. 인수합병에 따른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대표적인 인수·합병의 법적 유형과 각각의 근로관계 승계 여부를 이해하고 노사 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M&A 유형별 고용관계 유지 여부는?

흔히 M&A로 불리는 기업 인수·합병의 방식에는 주식 양수도, 합병, 분할, 영업 양수도, 자산 양수도 등이 있다. 주식 양수도 방식은 기업의 법인격 자체는 유지한 채 주식의 매매를 통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 또는 소유주 변경, 경영진 교체, 소속 그룹 변경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의 소유관계에만 변화가 있을 뿐 법인격과 계약 관계 등은 유지되므로 근로관계에도 법적인 영향은 없다.

합병은 흡수합병이든 신설합병이든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고, 분할은 기존 기업이 둘 이상으로 나뉘는 방식으로 합병과 반대 개념이다. 그러나 합병과 분할 모두 기존 기업의 권리·의무가 포괄적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근로관계도 그대로 승계되고, 기존 근로조건도 변경 없이 유지된다.

영업 양수도는 기존 기업의 영업 전부 또는 일부를 타 기업에 유기적 일체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때 해당 영업에 종사하던 근로자들도 원칙적으로 함께 이전된다. 예컨대, 기업이 두 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가 그중 한 공장의 영업 일체를 다른 기업에 양도하면, 해당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도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근로관계와 근로조건은 단절되거나 변경되지 않고 양수 기업으로 승계된다.

자산 양수도는 기업의 자산만을 개별적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특정 영업을 유기적 일체로써 이전하는 게 아니고, 일부 자산 등만 특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의 ‘유기적 일체로서의 영업’을 이전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는 않는 경우에는 계약 관계나 근로관계 등은 대부분 이전되지 않고 공장의 부동산과 설비만 이전된다.

근로조건은 지켜져도, 조직은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자산 양수도를 제외한 주식 양수도, 합병, 분할, 영업 양수도의 경우 근로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며, 근로조건도 법적으로는 변경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근로자가 해고되거나 근로조건이 불리하게 변경되는 등의 효과가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기업 측에 일방적으로 해고나 근로조건 변경을 할 법적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법적인 쟁점이 아니라, 인수합병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 가능성이다. 소속 기업이나 기업집단의 변경, 대주주 또는 경영진 교체, 서로 다른 근로조건을 가진 근로자 집단의 병존 등으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이나 근로조건 변경이 시도될 수 있다. 기능이 중복되는 잉여 인력이 발생하거나, 기업 또는 그룹 차원에서 근로조건을 통일할 필요가 인사노무상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수합병 이후 전체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인사·노무 체계를 통일하는 ‘PI(Post Integration)’ 과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인수합병 성공, 협력에 달렸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나 근로조건 변경을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 측의 설득이나 유인에 따른 압박을 막아내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인수합병으로 인한 상황 변화라는 명분과 필요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은 고용 안정성과 근로조건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 등 근로자 측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새로운 대주주나 기업 측에 ‘고용보장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수합병 후 일정 기간 구조조정이나 근로조건 변경을 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정이다. 때로는 기업을 상대로 상당한 금액의 위로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반대 또는 실력 행사로 인수합병 절차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 근로자나 노동조합 또한 고용 유지가 궁극적인 목표이지, 직장 자체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인수합병은 기업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 유일한 생존 방안으로 추진된다. 근로자들 역시 직장 유지를 위해 인수합병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현실성 있는 요구를 기반으로 타협할 필요가 있다. 막무가내식의 요구로 인수합병이 무산되면, 기존 기업과 직장이 모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노사 간 진지한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한계 안에서 상호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쌍방이 노력할 필요가 있다.

M&A해도 회사는 그대로라는데…내 일자리도 그대로일까?[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 합격 후 15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10년간 법무법인(유) 광장 노동팀에서 근무 후 법무법인(유) 율촌 노동팀에 지난 2019년 합류하였다. 징계/해고/임금/불법파견/근로자성 등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송무 및 자문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M&A Deal의 HR 부문에도 다수 관여하였고, 외국기업의 자문·송무도 주요 업무로서 수행하여 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 사건, 노조 및 쟁의행위 대응 업무, 프로젝트 업무(유연근무제 도입, 불법파견 점검, PMI 등), HR 측면의 개인정보 이슈 등에도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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