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민국, ‘자바시장’ 불법 이민 단속… 시민단체들 즉각 반대 시위로 맞서
시위대 화염병에 당국 공포탄 발사… 백악관 “뉴섬 주지사 진압 못해” 불만
한인 피해 없지만 ‘폭동’ 번질까 우려
백악관은 “시위 진압을 위해 주(州) 방위군 2000명을 투입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시위로 체포된 한국 교민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교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 회사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 교민 약 180만 명 중 29%(약 53만 명)가 캘리포니아주에 살고 있다. 이 중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만 32만 명에 이른다.
일각에선 흑인 남성 로드니 킹 폭행 사건이 촉발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코리아타운에서 대규모 약탈 사태가 발생했듯 교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위대는 8일에도 시위를 이어 가겠다고 예고했다.
● 도심 전체에 최루가스 가득이번 시위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6일 로스앤젤레스 도심의 ‘자바 시장’으로 불리는 의류 도매상가, 한인타운 인근에 있는 홈디포 매장 앞 등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에 나서면서 촉발됐다. 이 시장의 이름은 일용직을 뜻하는 ‘자버(Jobber)’에서 유래했으며 교민들을 포함한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가 많이 이용한다. 홈디포 역시 일용직 일자리를 구하려는 라틴계 불법 이민자들이 자주 찾는 장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7일 약 120명의 불법 이민자가 체포됐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해당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 방위군을 투입하는 것은 1965년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에 주 방위군을 투입한 후 60년 만이다. NYT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당국은 7일 “주 방위군이 24시간 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또한 “폭력이 계속된다면 해병대원도 동원하겠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 방위군 투입 결정을 두고 법에 어긋나는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법에선 ‘반란이나 반란 위험이 있을 때 주 방위군을 투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이 그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란 것.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로스쿨의 어윈 체머린스키 학장은 “정부가 반대 의견을 막으려고 국내에서 군대를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뉴섬 주지사도 “주 방위군 투입이 긴장만 더 높일 것”이라고 맞섰다.
● 한인 피해 보고는 없지만 ‘단속 증가세’
주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단속에서 교민, 한국 국적자가 체포돼 영사 면담을 요청했거나 본인 및 주변인이 체포 사실을 영사관에 알린 사례는 없다. 현지 한인회에서도 아직 파악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올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기 전까진 영사 면담을 요청한 사례가 2년여간 1건뿐이었지만 올해는 벌써 4, 5건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당사자가 면담을 원치 않는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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