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홍삼, 일본서 노후 건강 필수템"…새 수출 동력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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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시대, K스마트팜서 돌파구 찾다]⑤
고부가가치 홍삼, 일본서 수출 잠재력 키워
수출액 증가는 물론 국내 인삼 농가 수익성도
한식 인기에 깻잎·미나리 등 K농산물도 인기
"성장 가능성 충분…국내 수급 안정 관건"

  • 등록 2025-10-30 오전 5:00:00

    수정 2025-10-30 오전 5:00:00

[도쿄(일본)=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본에서 식품기업을 운영하다 은퇴한 나가세(67세)씨는 15년 전 한국 지인의 선물로 홍삼을 처음 접했다.처음엔 쓴맛이 낯설어 힘들었지만, 한 달쯤 복용하자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그는 매일 아침 커피에 홍삼을 타 마신다.

지난 22일 도쿄 신주쿠 동원재팬 본사에서 만난 나가세씨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친구에게도 추전하고 있다”며 “특히 골프장에서 9번 홀을 치기 직전에 홍삼을 한 포 나눠주면 힘이 솟는다고 좋아한다”며 웃었다.

일본 도쿄 신오쿠보 지역에 위치한 한국 장터 내부 모습(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기억력 향상’ 효능으로 일본 시장 넓히는 홍삼

한국의 대표적 건강식품인 홍삼이 일본에서 새로운 수출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라면·김 등 한류 식품을 넘어 고부가가치 건강기능식품으로 수출 저변을 넓혀가면서다.

지난해 일본으로 인삼류 수출액은 전년(3341만 달러)보다 1.9% 증가한 3406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발달한 일본에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특히 홍삼은 전량 국내 농가에서 생산된 원료를 가공해 수출하는 만큼, 수출 확대가 곧 농가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런 이유에서 김 수출로 일본 시장에 안착한 동원재팬은 최근 홍삼 수출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정관장이 앞서 연하게 희석한 ‘석류 홍삼’으로 일본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면, 동원은 홍삼 고유의 맛과 효능으로 정면 승부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고농축된 홍삼은 아직 ‘쓰고 비싸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 번 효능을 체감한 소비자가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까다로운 일본의 건강기능식품 인증 장벽을 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도움도 받았다. aT는 일본 규슈대학과의 공동 임상시험을 통해 홍삼의 여러 효능을 검증했고, 일본 내 수요가 높은 ‘기억력 향상’ 기능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하기석 동원재팬 대표는 “기능뿐 아니라 일본 소비자 정서에 맞는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히는 것이 과제”라며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일본 동원재팬 온라인에서 판매중인 건강기능식품 인증 홍삼 제품(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가공식품 넘어…한국산 김치·깻잎·무 관심”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의 신선 농산물 수출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도쿄의 한국 식재료 마트 ‘한국광장’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도쿄에서도 한식당이 즐비한 신오쿠보 지역에 자리한 이곳은 익숙한 한국 아이돌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장을 보는 현지인들로 붐볐다.

요코하마에서 남편과 함께 장을 보러 온 마츠모토(42세)씨는 카트 가득 당면, 떡볶이, 고춧가루, 젓갈, 라면 등을 담았다. 그는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 음식을 종종 해먹는다”며 “1년에 한 두 번 도쿄에 올 때마다 꼭 이곳에 들른다. 저렴하면서도 다른 곳에서 팔지 않는 신선한 재료들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마트에서도 인기 있는 코너는 김치와 신선식품 코너다. 매장 안쪽 벽면에는 ‘종가 김치’와 마트 자체 제조 김치가 빼곡히 진열돼 있고, 신선식품 코너 한쪽에는 깻잎·미나리 등 한국산 농산물이 자리했다. 김장철을 앞두고는 한국산 무 판매도 시작했다.

백계훈 한국광장 과장은 “라면, 과자 등은 꾸준히 인기가 있었지만, 한식에 대한 인기가 커지면서 다른 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없는 한국산 농산물을 사러 오는 손님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한국장터에서 판매중인 ‘총각무’(사진=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일본 기회 충분하지만…국내 수급 불안 해결해야”

이처럼 성숙 시장으로 인식됐던 일본에서도 다양한 한국 농산물의 수출 시도가 이어지며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최근 이상기후 등에 따른 국내 수급불안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날씨 영향으로 국내 생산량이 줄면 수출 물량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상영 aT 일본 도쿄지사장은 “국내 수급이 불안한데 수출까지 하면 국내 가격은 더 뛰게 돼 수출은 줄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출 전문 단지가 있어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후에 상관없이 안정적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팜 확산 및 품종개발이 필수적이다. 윤 지사장은 “수출 확대도 국내 수급 안정 안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지원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일본에서 판매중인 홍삼농축액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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