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사진=뉴스1).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결코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노벨문학상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소설가 한강이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에 호명되자 문학계는 “한강의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라며 함께 축하했다. 출판계는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예견됐던 일”이라면서도 예상보다 그 시기가 빨라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국내외에서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권위있는 메디치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계에서 주변부 문학이었다”며 “세계문학 중심이 아시아 여성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변방의 문학이 아니라, 세계 문학 중심에 있다는 걸 보여준 쾌거”라고 강조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말하자면 ‘예술 분야의 BTS’ 아닌가. 한국이 가진 저력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굉장한 일이고 큰 경사”라고 평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도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이번 수상은 작가의 개인적인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우리 모두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기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 문학을 꾸준히 해외에 소개해 온 노력의 결실이자 한국 문학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18개 언어로 번역됐다.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특히 대산문화재단 지원으로 발간한 영역 ‘채식주의자’로 한강이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곽효환 전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예상보다 더 빨랐다. 기쁘고 흥분된다”면서도 정부의 정책 지원을 당부했다.
곽 전 원장은 “한강의 수상은 난데 없이 제비 한 마리가 날아온 게 아니라 봄 자체”라며 “이번 수상은 한국문학을 굉장히 중요한 세계문학계의 일원으로 인식하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 세계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이 시작됐다”면서도 “그런 의미에서 정부나 문화재단 등에서 좀더 촘촘한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강의 책을 펴낸 출판사들도 일제히 소식을 타전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낸 창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를 감동하게 한 작가 한강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로 선정됐다”고 축하했다.
‘희랍어시간’, ‘흰’ 등의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노벨상 선정 이유를 소개했다.
창비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에디션 출간을 검토 중으로, 노벨상 수상과 관련해선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뉴시스 보도를 통해 전해졌다.
구병모, 김초엽 작가도 SNS에 짧은 글을 올리며 함께 기뻐했다. 구 작가는 “참 아름다운 말들의 조합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라고 적었다. 김초엽 작가도 “너무 벅차고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