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공연, 세계 최대 공연축제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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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공연, 세계 최대 공연축제 주인공으로

입력 : 2026.05.21 17:35

7월 개막 佛 아비뇽 페스티벌
28년만에 韓 공연 공식 초청
한국어, 亞 최초 초청언어 선정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소리꾼 이자람의 판소리까지
韓 희로애락 담은 9편 무대에

 연희해체프로젝트 I'.  예술경영지원센터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80회 아비뇽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이진엽의 '물질'(왼쪽)과 이인보의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 예술경영지원센터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인 아비뇽 페스티벌에 한국 작품이 대거 오른다. 제주 4·3사건과 IMF 외환위기처럼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품은 작품부터 밥솥·포장마차 등 한국적 이미지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무대까지, 한국의 희로애락을 담은 공연들이 프랑스 남부 도시 아비뇽에서 관객 수십만 명과 만난다.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은 오는 7월 4일부터 25일까지 아비뇽 일대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티아고 호드리기스 아비뇽 페스티벌 예술감독은 21일 서울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울을 비롯한 한국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공연예술 현장을 깊이 있게 살펴봤다"며 "한국 공연예술의 풍성함과 강렬한 에너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페스티벌은 2023년 영어, 2024년 스페인어, 2025년 아랍어 등 매년 특정 언어권의 예술과 문화를 집중 조명해왔다. 올해는 아시아권 언어로는 처음으로 한국어를 공식 초청 언어로 선정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연극과 무용, 판소리 등 총 9편의 한국 작품이 전 세계 관객을 만난다. 아비뇽 페스티벌에 한국 작품이 공식 초청된 것은 1998년 '아시아의 열망' 이후 약 28년 만이다.

먼저 한강 작가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낭독 공연 '작별하지 않는다-새'가 아비뇽 페스티벌의 상징적 공간인 교황청 명예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주도의 비극적 역사를 바탕으로 한 원작의 결을 따라가며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 존재의 연약함, 그럼에도 삶을 향한 근원적인 믿음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유럽에서 활동하며 '연극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입센상을 아시아 최초로 받은 구자하 작가의 세 작품 '쿠쿠' '한국 연극의 역사' '하리보 김치'도 소개된다. '쿠쿠'는 IMF 외환위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 청년이 세 대의 밥솥과 나누는 뜻밖의 대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운 물질주의를 성찰하고, '한국 연극의 역사'는 한국 사회의 삶과 관계를 형성해온 현대 유교적 가치의 균열을 탐구한다. '하리보 김치'는 포장마차를 배경으로 김치와 유학지 독일에서 먹기 시작한 하리보 젤리 사이에서 오간 정체성의 고민을 담은 작품이다.

관객 참여형 공연 '물질'은 제주 해녀의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공장 노동자, 임신부, 트랜스젠더, 외모의 변화를 갈망하는 여성 등 네 인물이 겪는 사회적 압박과 삶의 조건을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연극 '섬 이야기'는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경찰의 강경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비극을 다루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경성은 "지금도 학살과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이야기를 어떻게 우리의 삶과 더 깊이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무용 작품 '1도씨'도 눈길을 끈다. 7명의 무용수가 출연하는 작품은 인간의 움직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행위인 '걷기'를 통해 탐구한다.

소리꾼 이자람이 톨스토이의 단편 '주인과 하인'을 재해석한 '눈, 눈, 눈'은 탐욕스러운 상인과 그의 하인이 밤길을 나섰다가 눈보라에 갇히는 이야기를 통해 욕망과 불안, 책임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묵직한 질문을 판소리로 풀어낸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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